콘텐츠 왕국 꿈꾸는 카카오M
카카오 계열사간 시너지 의존한 채 차별화 전략 없어
최근 카카오M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크게 불리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카카오M만 놓고 봤을 때 차별화된 전략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통신사와 방송사들이 OTT 시장에 진출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카카오는 몇 년 전부터 자체 콘텐츠 제작 강화에 나섰다. 웹툰·웹소설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음원 및 영상 콘텐츠는 카카오M을 통해 공을 들였다. 카카오M의 전신은 멜론 운영사이자 아이유 소속사로 이름을 알린 로엔엔터테인먼트다. 2016년 카카오는 1조8700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이후 카카오는 2018년 9월 카카오M으로 사명을 바꾼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그룹으로 흡수·합병했다. 아울러 같은해 11월 멜론 사업부만 떼어내 카카오 본사에 남겨두고, 영상·음악 콘텐츠와 매니지먼트 사업부를 별도법인인 카카오M으로 다시 분사시켰다.
◇ 김성수 전 CJ ENM 대표 영입으로 사세 확장
지난해 1월에는 김성수 전 CJ ENM 대표이사를 카카오M 신규 대표로 영입했다. 김 대표는 1995년 투니버스 방송본부장을 시작으로 2001년부터 온미디어 대표이사, 2011년 CJ ENM 대표이사를 역임한 하는 등 콘텐츠 업계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카카오M은 김 대표 영입을 계기로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M은 김 대표 영입과 동시에 BH엔터테인먼트, 숲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등 연예기획사 지분 인수를 완료했다. 지난해 9월에는 ‘군도:민란의 시대’를 제작한 영화사 월광과 ‘신세계’를 제작한 사나이픽처스의 지분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진짜 사나이’ 김민종 PD,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문상돈 PD,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PD 등 스타 PD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1년 6개월간 카카오M은 연예기획사(매니지먼트) 7개사, 영화사 2개사, 드라마제작사 3개사, 음악레이블 4곳, 공연제작사 1개 등을 잇달아 인수·설립했다.
카카오M은 그동안 모은 자회사와 인력들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콘텐츠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상업영화 및 드라마 제작 ▲모바일 콘텐츠 투자 ▲음악 콘텐츠 제작 및 유통사업 글로벌화 ▲인기 스타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 등에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카카오M의 무서운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카카오페이지 등과의 시너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오리지널 지적재산권(IP)을 영상화할 경우 독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직접 만든 콘텐츠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카카오M이 모바일 유통이 쉬운 ‘웰메이드 숏폼(short form)’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도 카카오톡이라는 유통 창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자체 성과 없어 한계 지적도
특히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쯤 자체 방송 플랫폼도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페이지가 축적한 IP를 카카오M을 통해 제작하고 이를 자체 방송 플랫폼을 통해 방송하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생각 했을 경우다. 카카오M만 따로 놓고 봤을 때, 카카오M의 경쟁력에 대해서 업계는 의문을 품고 있다. 먼저 인수한 회사들 간의 시너지 문제가 지적된다. 성격이 각기 다른 기획사와 영화 제작사 등을 한데 뭉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성공한 회사들을 인수했을 뿐 카카오M이 자체적으로 성과를 보인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카카오M의 강점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유통 채널과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원작 IP”라며 “카카오M만 놓고 봤을 때 아직까지 카카오M이 보여준 성과는 딱히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카카오M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전략도 특별한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배우, 가수 등의 스타들이 직접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개인 디지털 채널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다른 콘텐츠 업체들도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전략이다. 디지털 콘텐츠 관련 계획 역시 투자 금액만 밝혔을 뿐 콘텐츠 구성 방안 등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카카오M만의 색깔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M에서 카카오를 빼면 과연 뭐가 남는지 모르겠다”며 “카카오M만의 색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내수용 카카오M, 통신‧방송과 경쟁할 힘 있나
통신사와 방송사 등 거대 자본이 OTT를 통해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향후 카카오M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지상파 3사는 SK텔레콤과 힘을 합쳐 OTT 웨이브를 출범했으며 콘텐츠 공룡 CJ ENM은 JTBC와 함께 오는 8월 OTT 티빙을 출범할 계획이다. 특히 웨이브의 경우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이 내수용이라는 점과 유튜브에 잠식된 현 한국 콘텐츠 시장도 카카오M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카카오톡의 경우 국내에서는 4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사실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M이 제작한 콘텐츠가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창구가 필요한 셈이다.
유튜브의 국내 시장 장악도 문제다. 지금도 카카오톡을 통해 영상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나 유튜브 조회수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용자들이 향후 등장할 카카오의 새로운 방송 플랫폼을 접하기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가 절실한데 이를 카카오M이 만들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카카오M이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맞다. 아울러 카카오 계열사와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도 크다”며 “다만 지금까지 밝힌 전략만 놓고 보면 다른 콘텐츠 업체들의 전략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처럼 카카오M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