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택시·주차장 등 모빌리티 분야 경쟁
최종 목표는 ‘자율주행’

자료=셔터스톡
자료=셔터스톡

카카오와 SK텔레콤이 ‘무인 주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정보통신기술(ICT)과의 결합을 통해 최근 무인 주차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종목표는 자율주행이다. 

무선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국내 대표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카카오와 SK텔레콤이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음에도 불구,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일체의 협업 없이 최근까지도 경쟁 관계다. 

지난 2011년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각각 ‘T맵’과 ‘카카오내비’로 한바탕 경쟁을 벌였던 두 회사는 지난 2015년 ‘T맵택시’와 ‘카카오택시’를 통해 택시 시장에서도 공방을 주고 받았다. 내비게이션 분야에서는 약 1200만명의 월간 사용자를 보유한 T맵이 카카오내비(약 500만명)에게 승리를 거뒀으며, 택시 분야에서는 월 평균 10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택시가 월 평균 100만명 수준인 T맵택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모빌리티 라이벌 SKT·카카오

최근 카카오와 SK텔레콤은 무인 주차시장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주차장 예약 스타트업인 파킹스퀘어를 인수한 뒤 2017년 10월부터 ‘카카오T 주차서비스’를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대 제휴 주차장만 대형빌딩·백화점·호텔·공항 등 1600여 곳이다. 지난해 7월에는 국토교통부 주관 대구시 ‘스마트시티 실증사업’ 교통(주차) 분야 사업주관사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후발주자인 SK텔레콤도 지난해 6월 ‘T맵 주차’ 앱을 출시했다. T맵주차는 T맵과 연동되며, T멤버십으로 주차비 결제가 가능하다. 현재 300여개 주차장을 확보했으며 올해 700개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두 회사 모두 최근 주차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에버랜드와 카카오 T 주차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종합 안심솔루션 기업 에스원과 함께 무인파킹 솔루션를 선보였다. SK텔레콤 보안자회사 ADT캡스는 최근 T맵주차 사업장을 위한 특화보험 부가서비스인 ‘캡스 파킹 안심플러스’를 출시했다.

카카오와 SK텔레콤이 무인 주차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공유경제 확산과 ICT 접목 등으로 무인 주차 시장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IoT 애널리틱스는 2023년에 IT가 적용된 전 세계 스마트 주차 시장 규모가 38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인프라 주차장을 확보하라!

카카오와 SK텔레콤이 무인 주차 시장 공략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자율주행이다. 향후 펼쳐질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주차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 시대에서는 운전자 대신 인공지능(AI)이 차를 운전하게 된다.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경우, 자동차는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주차 공간이다. 자율주행의 시작과 끝이 바로 주차장이기 때문이다. 가령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를 호출할 경우, 근처 주차장에서 자율주행차가 출발해 소비자를 태운 뒤 목적지에 내려주고 다시 근처 주차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실제로 카카오와 SK텔레콤은 자율주행 연구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2017년 7월 국내 통신사 최초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면허를 취득해 일반 도로에서 시험주행을 시연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5G 자율주행 버스를 선보였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0’에서는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차세대 단일 광자 라이더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와 ‘5G 기반 미래 스마트 교통 분야 서비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자율주행 환경 근간 구축과 새로운 스마트 교통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 3월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레벨4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 기술 테스트에 본격 돌입해 연내 시범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레벨4는 차량 주행 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경로를 설정하고 안전하게 운행을 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을 해야하는 점에서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5와는 구분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SK텔레콤 모두 카카오톡, T맵과 같은 대형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자율주행 시장에서 선두기업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다만 자율주행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해결 과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자율주행차 주차수요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오히려 서울 도시 교통에 혼잡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도심에 인접한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거리는 멀지만 주차 비용이 낮은 인근 주차장으로 자율주행차가 몰리는데 따른 것이다. 

김원호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목적지가 아닌 지역에 주차하려는 행태로 극심한 혼잡이 발생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시대에 대비해 단계별 통행, 주차수요 관리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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