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에 따른 영향 커···“현장 생산직 많은 기업들은 사무직도 전면 재택 안 하는 방향으로”
SK그룹 전면 재택근무 전반적 실시에도 SK하이닉스는 임산부에게 휴가 주는 방식으로 대응

24일 서울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19 예방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4일 서울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19 예방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발(發)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문화가 기업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마다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데, 공장의 유무가 재택 형태를 나누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기업들의 재택근무 방식은 크게 ▲필수 인력 외 전면재택 ▲임산부 재택 ▲자율적 재택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필수 인력 외 전면 재택이 가장 강력한 형태의 재택근무이고, 임산부 재택과 자율적 재택은 병행되기도 한다.

필수 인력 외 전면 재택근무 실시 방식을 택한 곳 중 대표적인 기업은 SK그룹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네트웍스, SK실트론 등 계열사에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면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일단 2주가량 시행할 계획이지만 상황에 따라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이 SK 측의 설명이다.

전면 재택근무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상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가장 낮출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누구나 알면서도 좀처럼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업무가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SK의 경우 이전에 도입했던 공유오피스 방식 덕분에 무리 없이 재택을 실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재택근무를 실시 중인 SK의 관계자는 “SK는 공유오피스 도입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 돼 있었다”며 “그룹웨어를 밖에서 사용하는 데도 전혀 무리가 없게끔 예전에 다 준비해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K처럼 전면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임산부에만 한정을 두고 나머진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LG다. LG는 임산부인 직원만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유치원 및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필요할 경우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재택근무를 할 때엔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율해서 실시하는데, 자유롭게 눈치 보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 대한항공 등도 임산부 위주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같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처럼 재택근무 방식이 갈리게 되는 주된 변수로 재계에선 현장 생산기지, 즉 공장의 유무를 들고 있다.

임산부 위주 재택근무를 실시 중인 한 기업 인사는 “전면 재택을 실시하는 곳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공장이 있는 기업들”이라며 “현장 생산직들은 재택근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사무직들도 전면 재택을 실시하기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업무적 부분도 있지만 현장직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심리적으로 배려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는 것이다.

◆ 생산 라인과 무관한 LG상사는 LG 계열사임에도 필수 인원 외 ‘전면 재택’

실제로 대다수 계열사가 전면 재택을 실시하는 SK도 SK하이닉스는 임산부 직원에게만 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상당수 계열사가 임산부 위주 재택을 실시하는 LG 역시 공장이 없는 LG상사의 경우 필수 인원 외 전면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직원 90%가 재택근무를 한다는 전언이다. 그룹 간 차이도 있지만 업종 간 차이, 특히 현장 생산직 유무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그 외 현장 생산직이 많은 곳은 대부분 부분적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현장 근무 인력이 많은 현대자동차도 임산부 위주로 하고 자율적인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포스코 역시 임산부나 확진자와 동선이 일치하는 직원들 위주로만 재택근무를 실시했었으나, 다음 주부터 서울 포스코센터 사무직들은 2개 조가 교대로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고 포스코 관계자는 전했다. 

공장 및 현장 생산직을 보유한 제조업체가 아니면서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업종 특성상 현장 근무자가 많은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신세계의 경우 공장은 임산부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경우로 한정해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일반 직원들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서로 조정하는 방법을 시행키로 했다.

반면 신세계의 유통 라이벌인 롯데의 경우 지주회사와 롯데홈쇼핑의 경우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 직원 재택근무 결정을 내렸다. 자녀를 둔 직원의 경우 어린이집 휴원 및 초등학생 개학 연기 상황을 맞게 될 경우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재택근무 실시와 관련해 현장에선 갖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부분적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곳들의 경우 불안함과 불편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임산부 위주로만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한 대기업의 직원은 “개학 연기 상황을 맞은 직원들의 재택근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하던 대로 회의도 하고 다 하는데 무엇보다 너무 불안하고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자율 재택근무 방침과 관련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현장 생산직과 함께 일하는 경우 자율 재택이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고 말한다. 한 제조업 종사자는 “현장 생산직과 연구직은 사실상 같이 일하는데 자율 재택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가 업종 및 분야를 막론하고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당국 및 기업 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엔 수출입은행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본점 폐쇄 조치가 이뤄졌다. 이날 기준 국내 총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2022명에 달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