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적 경영과 세대교체 인사로 자신의 색채 드러내며 그룹 장악력 높였다는 평가
SK이노베이션,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 적극적으로 맞붙는 등 경영 스타일도 현격히 달라져

구광모 LG회장. / 사진=LG
구광모 LG회장. / 사진=LG

LG의 2019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구광모 회장이 LG의 회장임을 명확히 알린 한 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지난해 선친 고(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급작스레 회장 자리에 오른 후 올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게 밖에서 LG를 보는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해 6월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이후 재계에선 그가 LG라는 거대한 조직의 총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4대 그룹에 속한 한 인사는 “그룹의 총수가 되려면 우선 전 사업부와 계열사 조직을 확실히 이해하고 잡아가야 하는데 바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재계는 구 회장의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LG의 달라진 경영 스타일을 일례로 꼽는데, 특히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경쟁사들과 적극적으로 맞붙는 모습에 주목한다.

LG는 올 한 해 각 부문에서 경쟁사들과 분쟁을 벌여 왔다. 배터리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대결, QLED와 OLED 기술력 차이 등을 놓고 펼쳐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유럽 가전업체들을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LG가 조용한 경영 방식을 벗어나 공세적 경영 스타일을 보이자 사람들의 눈은 자연스레 구 회장에게 쏠렸다. LG가 세대교체를 하면서 경영 방식도 확실히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젊은 총수가 오면서 그동안 관례처럼 해오던 것들도 하나둘 바뀌기 시작했다. LG는 내년부터 시무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LG는 1987년 LG트윈타워 준공 이후 31년간 여의도에서 시무식을 열었고 지난해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새해 모임을 진행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구 회장의 두 번째 임원 인사의 그림이 나오면서 LG가 더욱 더 구광모 체제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구 회장은 올해 임원들을 대상으로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지주사 팀장들을 전진배치시키고 젊은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 신규 임원 106명 중 45세 이하가 21명이다. 특히 오늘날 LG전자 가전 경쟁력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조성진 부회장의 용퇴가 눈에 띄었다.

구 회장은 이미 안정적으로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LG는 경영이나 조직적 측면에서 구 회장의 스타일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몇몇 상징적 사건에서 드러나는 수준을 넘어선 근본적 변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올해 LG의 변화는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상 유지에 가깝다”며 “LG의 수익구조 등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가 내년에 구광모 회장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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