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빅3가 전체 게임산업 매출의 45% 차지···중소 게임사들은 적자 지속
국내 게임업계가 다른 업종처럼 양극화라는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 업체와 중견·중소 게임업체 간 실적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시장 적응에 실패한 게임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허리가 사라졌다’란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양극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상황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매출액 기준으로 ‘빅3’인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게임 빅3는 매출 6조26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전체 게임산업 매출 추정액인 13조9000억원의 약 45%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펄어비스, 컴투스 등 일부 중견 기업들의 매출을 더하게 될 경우 그 수치는 50%를 훌쩍 넘게 된다.
수백개의 게임사가 존재하는 상황속에서 상위 게임사 몇 곳이 사실상 게임산업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빅3와 달리 중견·중소 게임사들의 성적은 처참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미르의전설’로 유명한 위메이드는 지난해 영업손실 362억원으로 적자전환했으며 중소 게임사 플레이위드 역시 지난해 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게임빌, 조이시티, 데브시스터즈, 넥슨지티, 액션스퀘어, 엔터메이트 등 대다수 중소 게임사들 역시 적자를 이어갔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의 전체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게임업체 숫자 및 종사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게임산업 매출은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13년 9조원에 달하던 게임산업 매출은 최근 13조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1만6000개에 달하던 사업체 수는 지난 2016년 기준 1만2000개로 4000개 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에 허리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중간 위치에서 업계 전체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할 업체들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빅익빈 부익부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전체 게임산업 매출은 늘고 있지만 사업체 및 종사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는 게임업계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산 게임의 국내 시장 침투가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7년 국내 중국 모바일게임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된 중국산 모바일 게임은 136개로, 전년의 114개보다 22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랭킹 TOP 20에 단 한번이라도 진입한 중국산 게임 수는 2016년 11개에서 2017년 16개로 대폭 늘었고 이들 게임의 연간 총매출액 역시 전년대비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매출랭킹 TOP 20에 진입한 중국산 게임 중 6~10위 중간급 게임들의 연간 매출액이 전년대비 292% 급증한데 따른 결과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은 RPG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애니팡’ 등 캐주얼 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러한 게임의 경우 개발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모바일 시장은 RPG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PG의 경우 막대한 자본과 많은 개발 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아울러 그냥 보통의 RPG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덧붙여야 하는 것이 바로 인기 지적재산권(IP)이다.
현재 게임 매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리니지M’, ‘리니지2 레볼루션’, ‘검은사막 모바일’ 등은 모두 인기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다.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중소 모바일게임업체 관계자는 “대형업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인기 IP를 바탕으로 모바일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중소업체들이 하나의 게임에 사활을 걸 때 대형업체들은 중소업체의 메인 타이틀에 해당하는 게임들을 동시에 여럿 쏟아낸다.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게임 흥행 실패로 인한 신작 투자 부진도 중견·중소업체들을 악순환에 빠뜨리고 있다. 신작 흥행 실패는 곧바로 매출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신작 개발 동력 저하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극화를 해소하기위한 해법은 없을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산업 자체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소 게임사들을 살리기 위한 해법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진출을 통한 활로를 모색해야한다고 밝혔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업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중소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가 관련 플랫폼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마케팅 여력이 없는 중소 게임사들을 위해 정부가 해외 진출 채널 및 마케팅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해외 진출을 통해 성공한 사례가 꽤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