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소재는 고부가제품 위주…신사업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
지난해 화학업계 빅3는 영업이익 5조4000억원가량을 거둬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2조5478억원 )을 거두면서 LG화학(1조9919억원)을 2위로 밀어냈다. 한화케미칼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83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 자급율 상승 등 대외 변수가 불안하다. 이에 국내 화학업계는 각기 다른 3색(色)전략으로 경쟁력 높이기에 바쁘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업체별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화학업계 1위 LG화학은 기초소재 사업과 배터리·바이오 등 신사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초 소재 분야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통해서는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기초 소재,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집중
LG화학은 3조원인 고부가 제품의 연간 매출 규모를 2020년 7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메탈로센계 촉매 기술을 활용한 제품, 고기능성 합성수지(ABS),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차세대 고흡수성수지(SAP) 등 LG화학이 기술 우위를 가진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2018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엘라스토머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해 7월 발표했다. 엘라스토머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가치 합성수지다. 플라스틱이지만 고무처럼 탄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자동차 범퍼와 신발 흡수층, 기능성 필름, 전선케이블 피복재, 건물 방음재 등에 사용된다. 새 공장은 축구장 8배 크기인 약 5만9400㎡ 규모로 세워진다. 엘라스토머 생산시설 가운데는 국내 최대 규모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엘라스토머 생산량은 현재 연 9만톤에서 2018년 연 29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LG화학은 다우케미칼과 엑슨모빌에 이어 엘라스토머 생산량 세계 3위 회사가 된다.
LG화학이 엘라스토머 생산량을 3배 이상으로 늘리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2012년 70.7%에서 2014년 79.1%로 높이는 등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2017년에는 83.1%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경쟁사인 중국 화학업체들이 생산 가능한 범용제품으로는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LG화학은 엘라스토머뿐 아니라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BS)’라는 또 다른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 시설도 확충에 나섰다. 중국 광둥 ABS 생산 공장 설비를 15만톤 규모에서 30만톤 규모로 2배 확장하기로 했다. LG화학은 2018년 말까지 국내외 공장에서 연간 ABS 200만톤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ABS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충격과 열에 강한 제품이다. 은은한 광택이 돌아 고급 냉장고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자동차 내장재 등에 주로 쓰인다.
LG화학은 앞서 2015년 8월에는 전남 여수공장에 기저귀 원료로 쓰이는 고흡수성수지(SAP) 생산시설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증설을 통해 LG화학의 SAP 생산능력은 연 36만톤으로 늘어났다. 세계 4위 규모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1일에는 약 25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공장에 연간 400톤 규모의 탄소나노튜브 전용공장을 구축하고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단일 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회사 전체로는 세계에선 중국 SUSN 시노텍(600톤), 미국 C-나노(500톤), 일본 쇼와 덴코(500톤)에 이어 4위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LG화학은 올해 전지용 탄소나노튜브 공급을 시작으로 판매를 점차 늘려 내년 말엔 공장을 완전가동한다는 목표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이 서로 연결돼 관 모양을 이루고 있는 소재다. 관의 지름이 머리카락의 10만 분의 1 굵기인 수~수십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전기 전도율은 전선으로 쓰이는 구리와 비슷하고 열전도율은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다이아몬드와 같다. 여기에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한다. 이런 특성 덕에 반도체, 2차 전지, 자동차 부품 소재로 쓰임새가 많다.
LG화학은 배터리·바이오 등 신사업에 대한 도전도 멈추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4245억원을 들여 팜한농을 인수했다. 팜한농은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27%), 종자·비료 시장 점유율 2위(19%)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1위 그린바이오(농화학) 업체다.
LG화학은 그린바이오 투자에 이어 레드바이오(제약·의약)에도 손을 뻗쳤다. 지난해 9월 계열사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통해 오는 2025년 바이오 분야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LG화학의 청사진이다. LG화학 관계자는 “LG생명과학의 흡수는 레드바이오 분야의 강화 차원에서 해석해달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에서 배터리 생산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올해 하반기 완공 후 이 공장은 연간 전기차 1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LG화학은 공장 설립에 4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한국·미국·중국·유럽 등 전기차 주요 시장에 모두 생산 설비를 갖춘 회사가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GS이엠 익산공장 양극재 생산설비 및 해당 사업부문 인력 등 자산 전부를 인수했다. LG화학에 따르면 인수금액은 550억~6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핵심 원료인 양극재 사업을 인수하면서 LG화학은 배터리 제조 전 과정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유럽과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지난해까지 36조원어치를 수주하기도 했다. 향후 2020년에는 전기차 배터리에서만 매출 7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신사업과 관련해 업계의 우려도 많다. LG화학은 아직까지 이들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거나, 확실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중국 이슈는 큰 문제다. 중국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보조급 지급 대상에서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 차종을 제외시켰다. 이후 보조금 지급 금지를 철회했지만 향후에도 보조금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계의 경우,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의지하는 바가 크기에 최근 한국 배터리 사용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 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중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유럽으로 돌리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며 “보조금 지급 문제보다도 중국 내 한국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활로는 중국외에도 다양하게 확보 중”이라며 “아울러 최근 환경 규제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등도 활성화 되고 있어 배터리 활용도는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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