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8년 만에 정권교체···前 정부 정책·사업 번복 가능성 시사
美 내년 11월 대선, 결과 따라 국내 방산기업 수출 계약 기대감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하는 K-2전차 모습.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하는 K-2전차 모습. / 사진=현대로템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미국을 포함한 세계 40여개국에 정권 교체 및 선거 기간이 도래하면서, 우리나라 방위산업 수출 호황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기존에 체결한 무기 계약에 대한 파기 및 규모 축소 등을 통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각국의 정세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무기 수출국인 폴란드는 최근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체결했던 계약을 재검토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올해 10월 치러진 폴란드 총선에서 기존 집권 정당이던 ‘법과정의당’은 최다 득표율을 달성했지만 국회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2~4위 득표율을 기록한 야권 정당은 연합을 선언하며, 이들을 이끌던 도날트 프란치셰 투스크 유럽연합(EU) 전 상임의장이 이달 11일 신임 폴란드 총리로 확정됐다. 8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투르크 신임 총리는 선출 직후 이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과 사업에 대한 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와 폴란드가 이미 체결한 무기 계약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폴란드는 국방 예산을 크게 늘렸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방산 기업과 초대형 계약을 속속 체결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이 지난해 폴란드와 체결한 1차 계약은 17조원 규모다. K-2전차 1000대와 K-9 자주포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 FA-50 경공격기 등이다. 

1차 계약의 초도 물량이 올해초 폴란드에 도착한 직후 2차 계약 논의가 최근까지 이어졌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며 체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차 계약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우리나라의 올해 방산 수출 목표치인 200억달러(약 26조2900억원)를 넘어선다.

폴란드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내정자는 한국 기업과 체결한 방산·군비 계약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부터 무기를 수입하는 것보다 자국의 산업 투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해 온 인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정권이 바뀌었지만 한순간에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체결한 계약에 대해 일방적인 파기나 축소를 감행한다면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한다. 2차 계약의 체결 여부는 미지수지만 1차 계약에 대한 무기 납품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역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방산기업의 호실적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폴란드가 당장 기존 계약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올해보다 내년 실적이 더 좋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미국도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경선이 아직이어서 민주당 및 공화당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격돌이 유력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미국 전역의 등록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을 지원하는 것을 찬성하는 이들이 민주당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공화당 정권이 다시 들어설 경우 국내 무기의 수출 활로가 더욱 넓게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정부가 유지된다면 미국 무기로도 분쟁 지원이 충분해 한국산 무기를 수입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다. 아울러 글로벌 최정상 수준의 방산기업이 많아, 현지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국가와의 신규 계약·협상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 무기의 경쟁력과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현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중”이라며 “방위산업은 경기변화에 따른 변동성은 낮지만 각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업인 만큼 기업 외에 우리 정부의 물밑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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