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개 IC 설계기업 중 유일하게 매출 큰 폭 성장

엔비디아 본사 전경 /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 본사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엔비디아가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매출 기준 퀄컴을 꺾고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올 2분기 매출액은 113억3200만달러(약 15조2000억원)로 전분기(67억3200만달러) 대비 68.3% 증가했다. 글로벌 집적회로(IC) 설계기업 상위 3개 기업 중 유일하게 매출 상승을 기록하며 지난 분기 3위에서 한 분기 만에 1위로 올라왔다.

지난 분기 1위에서 2위로 밀려난 퀄컴의 매출액은 전분기(79억4200만달러) 대비 9.7% 떨어진 71억7400만달러(약 9조6350억원)에 그쳤다. 3위 브로드컴은 0.2% 소폭 감소한 68억9700만달러(약 9조2630억원)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2분기 점유율 29.7%를 차지하며 전분기(19.9%) 대비 9.8%p 오른 반면, 퀄컴과 브로드컴은 각각 4.7%p, 2.3%p 하락한 18.8%와 18.1%에 머물렀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의 실적 성장 배경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확대를 꼽았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수익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등 생성형 AI 및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연구하는 회사들의 수요에 힘입어 무려 105% 급증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출시한 슈퍼컴퓨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의 수요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H100은 생성형 AI 학습에 최적화된 엔비디아의 최고 성능 GPU로, 기존 A100 GPU 대비 성능이 4배가량 향상됐다.

H100은 올 초 챗GPT 등장 이후 가격이 30%가량 급등하면서, 대당 6000만원대까지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주요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여전히 엔비디아의 H100 프로세서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주력으로 하는 퀄컴은 2분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이 통신모뎀을 미리 구매함에 따른 계절적인 요인도 실적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브로드컴은 하이엔드 스위치와 라우터에 대한 AI 수요로 수혜를 봤지만, 서버 스토리지와 광대역 및 무선 부문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구글이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브로드컴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는 내년 H100의 생산량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4년 H100의 생산량을 기존 대비 4배가량 확대한 150만~200만대를 출하할 계획이다. 회사의 예측에 따르면 H100에서 발생하는 연매출만 올해 200억 달러(약 27조원) 수준에서 내년에는 최대 800억 달러(약 107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앞으로도 고부가가치의 AI 반도체가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팹리스 시장의 매출은 3분기에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부터 연평균 17.3% 성장해 2030년이 되면 1170억달러(156조 9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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