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베트남 생산기지 비중 40% 이하로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편중된 스마트폰 생산 비중을 낮추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거점 물량을 늘릴 전망이다. 삼성전자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량 가운데 베트남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위치한 공장 생산 비중은 지난해 55%에서 올해 44% 수준으로 감소했고, 오는 2025년에는 40% 미만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생산기지 다변화 체제를 강화해 리스크를 분산하겠단 의도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량 중 인도 노이다·인도네시아 치카랑 공장 비중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24% 수준으로 상승했다. 내년에도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과 치카랑 공장은 각각 2007년과 2015년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해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 비중이 지난해 절반을 넘었지만, 인도 공장 생산량이 증가하고 외주 생산 체제인 중국 합작개발생산(JDM) 물량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45% 밑으로 떨어졌다. 베트남 생산 라인 중에서 타이응우옌성 비중이 많이 줄었다”며 “베트남 비중을 더 낮추기 위해 앞으로도 다른 생산기지 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인도와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 비중은 각각 25%와 1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는 노이다 공장이 20%, 치카랑 공장이 3% 수준이었으나 두 법인의 물량을 크게 늘린단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브라질, 튀르키예, 국내 구미 사업장 등 6개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 중이다.
또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인도 스마트폰 공장 생산력을 연간 1억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렸다. 이에 발맞춰 법인을 인도로 옮기려고 한 부품업체도 있었다”며 “인도네시아 공장도 라인 증설을 위해 투자를 준비 중인 단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생산 체제 다변화를 꾀한 건 베트남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겠단 취지로 분석된다. 단일 법인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면 외부 요인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을 때 대응하기 힘들단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베트남 박닌성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약 20일간 폐쇄돼 제품 출하량이 급감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5790만대로 전 분기(7660만대) 대비 25% 가까이 감소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공장 물량을 늘리는 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란 분석도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베트남 하노이 한 달 기준 최저임금은 2016년 350만동(약 19만)에서 지난 7월 468만동(25만5000)으로 30% 이상 올랐다. 반면 인도와 인도네시아 인건비는 베트남보다 저렴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삼성전자가 베트남 대신 물량을 늘리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시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다. 양국 모두 아직 5G 스마트폰 점유율이 낮지만,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프리미엄 제품 보급량이 증가할 수 있단 평가를 받는다.
인도의 경우 5G 주파수 경매가 지난 8월 마무리되면서 5G 스마트폰 점유율이 하반기에 40%를 넘어서고, 내년 서비스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5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이제 5G 시장이 개화하는 단계로 지난 3분기 기준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