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반년 만에 현금 1兆 증가···시황부진·자연재해로 악화된 실적, ‘현금 중심 경영’ 버티기 돌입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돈이 시장에서 많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 호황이 된다. 반면, 불경기에는 돈을 쓰지 않고 은행에 넣어두거나 투자 대신 안전자산을 택해 최대한 현금을 꽁꽁 싸매는데 집중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영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업 스스로 ‘돈맥경화’ 상태에 돌입해 경기가 활성화될 때까지 현금을 쌓아두기 위해 자금흐름을 최소화한다.

국내 기업집단 중 대표적인 자발적 돈맥경화 기업은 포스코홀딩스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철강 제품 수요 둔화가 나타나면서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그룹의 핵심 수익원인 포스코 실적이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꺾인 상태에 더해 자연재해로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되며 현금 중심 경영에 돌입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조1550억원, 9200억원이다. 상반기 제작된 철강 재고의 판매로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0.5%나 줄었다. 글로벌 시황 부진과 태풍 힌남노 피해로 철강 부문의 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하천 범람으로 포항제철소의 생산 및 판매감소 영향은 2221억원, 재고 손실 등의 일회성 비용은 1860억원, 포항 지역 사업회사들의 일부 설비 피해 274억원 등 총 435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1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철강재 수요 증가로 제품 가격이 고공행진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분위기가 반년 만에 꺾였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상황을 ‘최악’으로 판단해 투자를 줄이고 현금 확보에 나섰다. 안전·환경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현금 중심 경영’을 실시 중이다. 이를 통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0년 4조7540억원, 2021년 4조7750억원 등에서 올해 상반기 5조7690억원으로 1조원가량 늘었다.

영업활동을 위한 ‘현금흐름’도 막고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제품을 제조·판매할 때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 및 유출 상태다. 이 수치가 급감하면 현재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금을 모으는 데 집중해 시장에 풀지 않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837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2조2151억원과 비교해 87.2% 감소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현금 보유고와 흐름과 관련된 계열사별 자금내역을 주간·월간 단위로 계열사별 자금내역을 보고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자금 상황에 ‘빨간 불’이 켜지지 않도록 최대한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아울러 원가절감을 위한 구조 개선 대책도 수립해 추진 중이다. 포항제철소 정상화와 수소 등 신사업 부문에만 보유 현금을 투입할 전망이다. 단, 현금 중심 경영이란 ‘방어적 기조’를 유지해 예전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아닌 현상 유지가 가능할 수준으로 자금 투입을 최소화한다.

일각에선 투자 감소로 신사업 추가 진출이 늦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포스코는 철강에 치우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2차전지소재 및 수소 산업에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2차전지소재인 양·음극재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이를 확대하기 위해선 추가 투자가 필수적이다. 현재 예정된 자금을 투입해 현재 단계에서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이 가능하지만, 앞으로의 추가 신사업 진출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익성 방어와 원가 혁신, 투자 계획 조정으로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5조원대인 현금성 자산은 연말까지 6조원대로 늘려 철강 시황이 회복될 때까지 효율적인 현금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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