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년 9개월래 최대 상승 폭···배송대행료 등 고려하면 직구보다 국내 쇼핑몰이 더 저렴해
엔화가치 하락으로 배송 등 불편 감소하고도 일본 직구는 인기 '절정'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직접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국내 소비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영향으로 일본 직구는 늘어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서며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달엔 한 달 동안 5% 올랐다. 이는 2011년 9월(10.43%) 이후 10년 9개월래 최대 상승 폭이다.

이에 '직구족'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는 환율 때문에 직구를 해도 비싸게 느껴진다거나 국내 쇼핑몰과 가격을 비교하게 된다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초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이상 가격이 오른 제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배송대행료 등을 고려하면 국내 쇼핑몰에서 할인 쿠폰을 적용해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배송도 빠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해외직구 투자를 늘려온 이커머스 업계는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다. 11번가는 지난해 아마존과 손을 잡고 11번가 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열었다. 미국 아마존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방식이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전일 환율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제품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쿠팡도 앞선 2017년 로켓직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에 쿠팡글로벌LCC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롯데온은 해외직구 할인 행사인 ‘직구데이’를 정례화한 바 있다. 또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지마켓글로벌은 ‘G9’를 직구 전문 채널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직구의 인기는 올라가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3월 말 100엔당 1000원선 밑으로 떨어진 뒤 최근에는 950원선을 오가고 있다.

일본 직구가 늘자 배송대행지마다 일본 출고 물량이 늘면서 예정된 항공편의 적재 공간이 부족해 제때 물건을 배송하지 못하게 됐다는 공지가 올라오는 사례도 늘었다. 대형 배송대행지인 몰테일에서도 지난 4∼5월 일본 직구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직구는 직구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덜 한 편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배송대행료가 비싸고 서비스 업체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에 이점이 생기자 불편을 감수하고 직구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일본 직구를 하던 소비자들도 제품 구매를 더 늘리고 있다"며 "엔저 현상을 일본 피겨, 게임, 간식 등을 더 많이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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