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가벼워지고 추석선물은 급증하고

29일 서울 관악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29일 서울 관악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감염을 우려해 귀성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추석 연휴 풍경이 바뀌었다. 한창 대목이어야 할 시골 장터가 조용해진 반면 서울 식당은 모처럼 활기다. 채소와 과일 값이 폭등하면서 명절 장바구니는 가벼워졌지만 명절 선물은 더 무거워졌다.

지난 27일 경남의 한 시골 장터 풍경은 예사롭지 않았다. 끝자리 2일, 7일에 장이 열리는 이 재래시장에서 추석을 앞둔 27일 장날은 가장 붐벼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날 재래시장을 찾은 이들은 예년과 같지 않았다. 시장을 방문한 이들도, 구매량도 확연히 줄었다.

한 상인은 “대목 장날에 이렇게 사람이 없었던 적은 15년 동안 처음 본다”며 “다들 자식이 내려오지 않으니까 장을 많이 보지 않는 것 같다. 자식이 내려오면 고가의 육류, 고급 과일류를 과감하게 구매했는데 이번에는 소박하게만 장을 보는 것 같다.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에 자식들을 오랜만에 맞이하기 위해 푸짐하게 차려졌던 밥상이 소박해진 탓이다. 코로나19로 귀성을 포기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상인은 “평소 명절 연휴에는 대목이라 체력을 걱정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이번에는 그런 걱정이 하나도 필요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의 분위기는 달랐다. 서울에서 돈까스 가게를 운영하는 영업주는 “평소처럼 돼지고기를 주문했지만 물량이 달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도매업자에게 냉동이라도 좋으니 택배로 더 보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향 방문을 포기한 이들이 서울에 머물면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추서 연휴 전에 미리 연차를 사용한 직장인들은 서울에 남아서 추석을 즐기는 방법을 택했다.

서울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9∼20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에게 전화면접 방식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추석연휴인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시민은 평균 4.5일간 서울에 머무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닷새 내내 서울에만 있겠다는 시민이 전체 응답자의 76.5%에 달했다.

응답자의 39%는 서울에 머무를 것이고 외부활동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마트와 전통시장·공원 등에 갈 계획이라고 답한 시민은 전체의 48.6%였다.

서울 시민 67.9%는 함께 살지 않는 가족·친지를 방문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문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28.1%로, 지난 명절 당시 59.7%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상반된 분위기는 재래시장과 온라인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태풍과 장마 피해로 재래시장에서 채소와 과일 값이 급등하자 구매자들은 차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매 품목 수를 줄이거나 간소화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온라인 농식품 선물의 매출액은 지난해 추석보다 급증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온라인 쇼핑몰 옥션 방문고객 1362명을 대상으로 지난 15∼21일 조사한 결과 지난 추석에 비해 올해 가장 지출을 많이 늘릴 항목으로는 33%가 ‘추석 선물 비용’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24일 6개 주요 유통업체의 추석 선물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농수산식품 추석 선물세트 판매액이 2905억원으로 지난해 1968억원보다 47.6% 늘었다고 28일 밝혔다.

모든 품목에서 판매액이 증가한 가운데 홍삼 등 가공식품이 64.3% 급증했고, 과일과 축산물 역시 각각 47.7%와 39%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기타 농축산물은 15.2%, 수산물은 12.6% 늘어났다.

가격대별로는 20만원 초과 선물세트 판매액이 47.6% 증가했다. 추석 명절 선물세트 판매 수량도 지난해보다 67.7%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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