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주요 카드사 할인금리···전월 대비 금리 인상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카드론 대출 증가 추세

7개 주요 카드사 카드론 평균 금리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7개 주요 카드사 카드론 평균 금리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대출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카드 대출 금리 할인폭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대출액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2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7개 전업계(신한·삼성·KB·현대·우리·하나·롯데) 지난 8월 말 표준등급 기준 카드론 운영가격은 평균 13.68%로 집계됐다. 전달인 7월 말 운영가격이 평균 13.6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0.05%포인트 오른 수치다.

운영가격은 소비자에게 실제 적용되는 금리로 기본원가에 목표이익률 등을 가산해서 산출한 기준가격(비할인금리)에서 우대금리, 특판금리할인 등 조정금리(할인금리)를 반영한 최종금리를 의미한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평균 운영가격이 0.38%포인트 올라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하나카드가 0.33%포인트, 롯데카드 0.25%포인트, 삼성카드 0.2%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지난달보다 평균 운영가격이 떨어졌으나 7개 카드사 모두 할인금리에 해당하는 조정금리를 축소하면서 카드업계 전체의 평균금리가 상승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금리 할인폭을 축소한 배경에는 할인금리를 줄여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카드론 이용액이 늘자 연체율 상승을 막기 위해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 악화가 심화되면서 소비는 위축됐지만 자영업자 및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의 카드론 대출 이용은 늘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드업계의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감소한 반면 카드대출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 카드사들의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이용액은 53조원으로 작년 동기(52조3000억원)보다 1.4%(7000억원) 증가했다.

카드론은 은행 대출에 비해 통상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지만 은행보다 빠르고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어 중·저신용자들의 주요 대출 창구로 활용된다. 문제는 이들이 제1금융권을 이용하는 차주들 대비 연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연체율 상승을 우려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할인금리 폭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별로 각기 다른 리스크 관리 모델에 따라 금리를 산정함에도 카드업계 전반에 금리 할인폭을 줄이는 추세가 나타나는 건 대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건전성 관리에 나선 측면이 있다”며 “카드론은 제1금융권 대출 고객 대비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연체율 관리 측면에서 금리 할인폭을 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대출금리 할인 마케팅을 지양하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맞춰 카드론 마케팅의 주요 수단이던 금리 할인을 줄인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7월 20일부터 카드론 금리를 공시할 때 할인폭도 함께 표기하도록 공시 체계가 개선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카드사 대출 관행 개선안의 일환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금리 할인폭을 줄인 건 금융당국의 영향이 크다”며 “앞서 카드론 공시 체계 개선도 카드론의 할인금리 폭을 늘려 소비자를 현혹하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당국은 무분별하게 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카드사들은 당국의 기조를 따르면서도 현재로서는 금리 할인폭을 늘려 고객을 유치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할인금리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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