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에서 3월 이후 9조원 가까이 순매도···주식 대신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하는 '머니 무브' 활발
환율 상승 계속되면 셀코리아 확산 악순환 구조···외환보유고 부족 가능성에 '통화 스와프 필수' 주장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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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이 위험자산인 국내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환율이 연일 고공비행하고 있다.

환율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외국인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국내 주식은 물론 채권도 매도하면서 ‘셀코리아'가 한층 가속화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통화 스와프 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 머니 무브, 주식에서 달러·채권으로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최근 10거래일(3월 5~18일) 연속 순매도를 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8조원에 이른다.

3월 초부터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금액을 집계하면 8조9664억원으로 9조원에 육박한다. 앞서 외국인은 2월에도 코스피에서 3조225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보이면서 경기 침체가 확실해지자 외국인은 위험자산인 국내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을 사는 ‘머니 무브’를 하고 있다. 외국인이 제일 선호하는 안전자산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다. 이러한 움직임 때문에 환율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기준 환율은 1248.00원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행히 국내 국고채는 외국인이 사들이면서 환율 상승폭을 다소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5~3월17일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채권은 총 4조1022억원인데 이 가운데 국고채가 3조504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 시각) 제로금리를 선언하자 3월16~17일 이틀 동안 국내 채권시장에서 무려 1조190억원의 국고채를 사들였다. 국내 금리가 미국보다 높기에 차익 거래를 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그러나 환율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 매수 흐름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현상이 좀 더 뚜렷해지면 달러를 제외하고 채권 같은 기존 안전자산마저도 속속 위험자산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환율이 지금의 추세로 급등하면 외국인이 국내 채권마저도 파는 셀코리아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 외국인 매도→환율 상승→외국인 매도→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값이 평가절하되는 것이기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이 발생한다”며 “환율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이 온다면 외국인이 선제적으로 주식과 국고채를 대거 팔고 달러를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안정이 최대 관건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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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세계 9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서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이라는 기준으로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25% 정도로 세계 최하위권이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이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은 8300억 달러는 보유해야 적정 수준의 외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외채 비중이 높은 것도 부담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급격히 달러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997년 IMF 위기도 일본계 단기외채가 유발시켰다. 2020년 한국의 단기 외채 비율은 약 34%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을 파악하고 환율 방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9일부터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외은) 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각각 40%와 200%에서 50%와 250%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직접 외환보유액을 활용해서 스와프 시장에 달러를 빌려주는 유동성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궁극적으로는 통화 스와프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외국인의 추가 이탈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이후 환율이 안정을 찾아갔다. 다만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협상력은 변수로 꼽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는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울 상당히 훌륭하고 유용한 안전판”이라며 “한·미 통화 스와프 효과나 필요성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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