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0%가량 감염···의료 전문가들, 위산 억제제와 항생제 복용 권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40대 직장인 A씨는 헬리코박터균이 검출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제균 치료를 받긴 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이 위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함께 생활하는 가족에게 감염될 위험도 있다고 들어 걱정이 앞선다.  

위암 등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유산균 음료로만 치료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위산 억제제와 항생제 복용을 권고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내에 기생하는 세균이다. 위점막층과 점액 사이에 서식한다. 이 세균은 국내에서 60%가량 감염됐다고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50%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다. 우리나라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95%, 위궤양 환자의 60~80%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된다.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하면 소화성궤양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한다. 

또 헬리코박터균은 위암과 연관성이 입증돼 있다. 지난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명한 위암의 발암인자로 분류한 바 있다. 여러 연구에서도 위암 발생 위험도를 약 3.8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십이지장궤양과 위궤양, 위암 외에도 위 MALT 림프종, 위축성 위염, 기능성 소화불량, 원인불명 철분결핍성 빈혈, 만성 특발 혈소판 감소증 등 질환이 헬리코박터균과 관련이 있다. 위염이 생겼다 아무는 과정이 오래 반복돼 위 점막이 소장이나 대장 점막처럼 바뀌고, 위액 분비샘이 없어지고 색깔이 변하며 작은 돌기가 생기고 오돌토돌해지는 장상피화생의 원인 역시 헬리코박터균이다.

헬리코박터균 전파 경로는 사람의 입이나 분변을 통한다고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의 자녀나 배우자에게서 월등하게 높은 감염률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유아기 때 쉽게 감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정민 상계백병원 소화기병센터 교수는 “일반적 세균은 위 안에 들어오면 위산의 강한 산성으로 인해 생존할 수 없다”며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은 일반 균과 다르게 요산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 요산을 분해해 암모니아로 만들어 자신 주위를 중성에 가깝게 만들어 살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요소분해효소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내시경을 통해 조직을 얻어 요소분해효소 여부를 알아보는 검사다. 정확도가 높아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경우 감염 여부를 알아보는 1차 검사로 추천된다. 검사 키트에서 노란색 색깔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 균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 요소호기검사는 편리하고 정확도가 높아 헬리코박터균 감염 및 제균 치료 후 제균 성공 여부를 판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방법이다. 그러나 위산 억제제나 항생제 등을 사용한 경우 검사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약제를 중지한 뒤 2~4주 후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문제는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관련된 일부 사람들의 오해다. 모 유산균 음료의 TV 광고를 통해 헬리코박터균을 인지한 일반인들이 해당 음료만 마시면 균이 없어지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산균 음료 단독으로는 헬리코박터 제균율이 약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유산균이 항생제 관련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제균율을 높이지는 못한다는 설명이다. 

의료진들이 권고하는 바람직한 제균 치료는 1차로 위산 억제제와 아목시실린, 클라리스로마이신 등 두 종류 항생제를 아침, 저녁 하루 2회 1주에서 2주간 복용하는 것이다. 치료를 받은 사람 중 약 70~80%는 제균에 성공하게 된다.

한 의료 전문가는 “임의로 약제 복용을 건너뛰거나 중단하는 경우 제균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후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십이지장궤양, 조기 위암 내시경절제술 후, 위 MALT 림프종이 있는 경우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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