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계열사 잇따른 전환계획에 '일감 몰아주기' 우려도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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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서비스 삼성SDS, LG CNS, SK주식회사 C&C 등이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시작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외산 업체들이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켜보겠다는 의지다.

IT서비스 업체의 클라우드 시장과 맞물려 같은 그룹사들이 클라우드 전환을 발표하면서 또 다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내부 정보를 다뤄야 하는 IT시스템이라 그룹 내에서 물량을 소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박이다.

그러나 그룹사 물량을 통한 외부 시장 개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형태에 머물 것이란 지적이다.

◇국내 IT서비스 빅3, 시장 선점 경쟁 치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외산업체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여졌다. 아마존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국내에서 ‘AWS서밋 서울’이란 대규모 행사를 통해 클라우드 저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글은 내년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국내 IT서비스 업체인 삼성SDS, LG CNS, SK주식회사 C&C 등도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3사는 외산업체들과 협력도 하지만 경쟁에도 나섰다.

삼성SDS는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클라우드 전환을 주도하며, 최근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건설하기도 했다. 삼성SDS는 새롭게 지어진 춘천 데이터센터를 클라우드 사업 확대의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S는 관계사 클라우드 전환­·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클라우드 대외사업에 본격 진출해 현재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21만 여대의 가상서버를 운영 중이다. 이런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 8월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선정한 ‘IT 인프라 운영 서비스’ 글로벌 톱 10 사업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LG CNS도 그룹 계열사의 클라우드 전환을 이끌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클라우드 통합관리 플랫폼 ‘클라우드엑스퍼’를 출시했다. 클라우드엑스퍼는 기업 맞춤형으로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자동 생성·통제하며 효율적 운영을 돕는 플랫폼이다.

아울러 LG CNS는 최근 국내 최대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 메가존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전환·운영 전문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 CNS는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 분야 전문 인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메가존 클라우드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국내 클라우드 전환 시장을 조기에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 CNS는 2021년까지 아시아태평양 클라우드 서비스 SI 사업자 TOP 3(매출, 시장점유율, 기술역량 종합 고려)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SK 주식회사 C&C의 경우 최근 클루커스 지분 18.84%를 확보했다. 이번 인수로 SK C&C는 클루커스 3대 주주가 됐다. 클루커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하는 MSP다. 이번 지분 인수는 SK C&C가 추진하고 있는 클라우드 제트와 아마존웹서비스(AWS)·MS 애저·구글 클라우드 등을 연계한 멀티 클라우드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국내 기업들, 클라우드 전환 작업 박차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의 자사 그룹 계열사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그룹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대형 IT서비스 업체를 둔 그룹사들이 연달아 그룹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최근 SK그룹은 오는 2022년까지 계열사 주요 시스템의 80%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데이터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ICT위원회를 통해 그룹의 대대적인 클라우드 전환이 결정됐다.

LG그룹은 지난해 3월 오는 2023년까지 LG그룹 계열사 클라우드 전환율을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클라우드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 역시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 주요 시스템의 90%를 클라우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IT서비스 업체의 경우, 태생적으로 그룹 시스템을 관리하기 위해 생겨난 곳이기에 그룹사 관련 일감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최근 들어서는 외부 일감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클라우드 관련 매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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