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키코 사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판매’ 문제 재발해
은행의 자정노력과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 필요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DLS 사태’를 두고 나오는 얘기다. DLS는 금리·원유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으로, DLF는 은행에서 DLS를 사모펀드 형태로 편입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를 의미한다. 금리가 일정 수준 하락하지 않으면 연 4~5%대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금리가 급락하면 최대 100%까지 손실을 보게 되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문제가 불거진 해당 상품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만 전체 판매잔액의 96%가 팔렸다. 특히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동된 DLS 상품의 경우 판매 금액 전체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데다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도래해 예상 손실률이 무려 95.1%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해당 상품이 금융투자상품 위험도 분류에서 1등급에 해당되는 초고위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판매가 됐다는 점이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고 원금 보장이 확실하다”, “해당 국가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절대 나지 않는 상품”이라며 위험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불완전판매’와 ‘초고위험 상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봤을 때 이번 사태는 10년 전 ‘키코 사태’와 유사해 보인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 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폭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중소·중견기업 700여곳이 3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

피해자가 기업이냐 개인이냐는 차이만 있을 뿐, 원금 손실률이 매우 높은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과 불완전판매 논란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두 사태는 공통점이 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DLS도 키코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부담하는 위험의 크기가 은행의 위험크기보다 훨씬 크다”며 “그런데도 수수료 수익을 위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위험 설명 없이 상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이미 10년 전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키코 사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피해가 또 한번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권 관계자들은 은행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은행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고위험 상품을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했고, 금융당국 역시 은행의 이런 판매 유인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금융사의 무분별한 이익 추구를 방지하지 못했고, 결국 불완전판매를 방관해 사태를 오늘날까지 키웠다는 지적이다.

아직 사태는 진행 중이다. 은행들은 고객에게 손실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결국 관건은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정짓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진 상품 가입자의 대부분이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고 했음에도 초고위험군에 해당하는 DLS를 권유했다는 점에서 은행들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은행의 사업 기반은 비이자이익이 아닌 고객들의 신뢰다.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와 은행의 자정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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