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변죽만 올리던 분양가 상한제, 용두사미로 그치나
  • 노경은 기자(nic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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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마련 통해 서울 전 지역 사정권에 넣었지만
적용 시기·지역 선정은 보류해 ‘소극적 대응’이란 평가도
시민단체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 안 하려는 꼼수에 불과" 지적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2일 오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간사(오른쪽 두번째) 등과 의원회관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2일 오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간사(오른쪽 두번째) 등과 의원회관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세부 내용을 두고 시장의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적용 기준 완화로 정부가 언제라도 마음먹으면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 또 다른 시장 관계자들은 분양가 상한제 전격 시행이 아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 추진’이라는 발표 제목에서 보듯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하다.

국토부는 이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위한 조건을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역’으로 변경했다. 조건을 완화함으로써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지역은 이전에 비해 훨씬 늘어났다. 단, 이는 제도 적용을 위한 필수 요건일 뿐 서울 전역, 과천, 분당, 광명시, 세종시, 대구 수성구 등 31개의 투기과열지구에 대해 시행령 개정 직후인 10월 초 반드시 적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투기과열지구 가운데 분양가격 상승률, 청약경쟁률, 주택거래량 중 하나라도 국토부가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면 국토부가 지정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10월 초까지 제도 개선 작업이 마무리되면 시장 상황을 살핀 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해당 지역을 결정하겠다”며 제도 적용 지역 선정을 보류했다.

이에 시민단체 및 일부 정당에서는 정책 실효성과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적용 지역 및 시기에 대한 결정을 10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상한제를 하지 않기 위한 또 다른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 따르면 10월에 당과도 다시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정부는 폭등한 집값을 낮출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이날 국토부 발표 자료 제목이 분양가 상한제 전격 시행이 아니라 적용 기준 개선 추진이지 않나. 한 달 전부터 경고해 온 것에 비하면 또다시 경고로 위협만 하고 당장 시행은 않아 용두사미에 그친 격”이라며 시장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정의당에서도 논평을 통해 “알맹이 빠진 분양가 상한제”라며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 역시 부동산시장 전문가인 김현아 원내대변인의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강남 압박은 결과적으로 강남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강남 사랑’의 부작용만 남기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같은 예상이 나오는 것은 현재 우리 경제 및 부동산시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2%대까지 추락한 데다가,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올 연말로 예정된 3기 신도시 지역 토지보상금도 주택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집값 상승 요인이 내재돼 있음에도 적용 지역과 시기를 지정하지 않은 것은 알맹이가 빠진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함영진 직방 랩장 역시 이날 국토부 발표에 대해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을 고려할 때 주택가격을 끌어내릴 정도의 파괴력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정비사업 위축이 주택 공급량 장기 감소로 이어진다면 지역 내 희소성이 부각될 준공 5년 차 안팎의 새 아파트들은 가격 강보합이 유지되며 선호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 역시 “단기적으로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수급 불균형으로 서울 집값 상승이란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년 추석 즈음 주택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 왔기 때문에 지금은 경고만 하고 가을장에 쓸 카드를 남겨둔 것 같다”며 “재건축 단지는 조용해도 강남권 외곽 지역의 신축 아파트 매물을 구해 달라는 문의는 여전하다. 문제는 대출이자는 내리는 중이니 과거 대출을 무리해서 낸 사람이 아닌 이상 매도하겠다는 이가 없어 거래가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에서 로또 청약으로 당첨이 되더라도 전매 제한이 최대 10년 이상인 데다, 최대 5년간의 거주 의무까지 주어질 경우 시장에 매물이 없어 장기적으론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매 제한에 걸려 매물이 나오지 않아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부동산 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고분양가로 인해 주변 집값이 자극을 받아온 점에 비춰보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로 서울의 집값 상승세 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상승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토부는 한 달여 전부터 예고했던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개정안 세부 내용을 이날 오전에 발표했다. 개정안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도 앞당겨졌다. 아울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로또 수준의 시세차익과 이를 노리는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전매 제한 기간을 현행 3∼4년에서 최대 10년으로 늘렸다.

국토부는 이날 발표를 하면서 현재보다 분양가가 20∼30% 정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간 1.1%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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