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여전히 ‘적자’…수익 개선 위해 다양한 시도 필요

이미지=셔터스톡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인터넷은행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금융권의 ‘메기’ 역할에 대해선 합격점을 주고 있다. 그러나 향후 존립을 위해선 수익성 개선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금융권 ‘메기’ 역할 합격점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말한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케이뱅크와 지난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직후부터 금융권에 돌풍을 일으키며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서비스의 편의성, 가격 경쟁력 등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기존 은행의 경영전략을 변화시키는 등 은행산업 내 ‘메기효과’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출범 직후부터 시중은행들을 긴장시켰다. 케이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 수 40만명과 수신(예·적금액) 6100억원, 여신(대출) 6500억원을 달성하며 연간 목표치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 400만명과 수신액 4조200억원, 여신액 3조3900억원을 기록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케이뱅크의 자산은 수신 1조3000억원, 여신 1조원에 이르고 가입자 수는 7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역시 출범 1년 만에 가입자 633만명, 수신 8조6300억원, 여신 7조원을 달성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모바일뱅킹도 1년새 급성장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바일뱅킹 가입자 수는 947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33만6000명과 비교해 무려 1743만60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가 현행 4%에서 34%로 대폭 완화되면서, 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 막혀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온바 있다.

◆ ‘찻잔속 폭풍’ 우려…수익성 개선 시급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존립을 위해선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각각 838억원, 10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역시 각각 395억원과 1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흑자로 전환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현황 및 발전과 금융업권 영향 전망’ 보고서 발표를 통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해 출범한 이후 ‘메기’로서의 역할을 일정 부분 달성했음에도 ‘찻잔속의 폭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현재 나타나는 높은 성장율과 소비자 만족도는 사업초기 효과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 제공에 주로 기인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출범 이후 높은 성장율을 보였으나 일반은행과 비교할 경우 자산규모의 차이가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올해 6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자산 규모는 두 회사를 합쳐 약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 일반은행들의 총자산 평균은 132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출범 초기 급격히 증가하던 고객수 및 여신 성장률이 최근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1월 500만명을 넘어선 뒤로 성장률이 둔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6월말 고객수가 76만명 수준으로 지난 3월말 71만명과 비교해 크게 증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나이스신용평가는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에서 경쟁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업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반으로 하는 직접경쟁 전략 ▲중금리 대출 등 기존 은행이 주력하지 않고 있는 분야를 찾아내 시장지위를 강화하는 틈새시장(niche market) 전략 ▲예대 업무에 주력하는 기존 금융권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나 사업모델을 찾아 이익을 창출하는 블루오션 전략 등을 추진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진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현재 인터넷은행이 출범한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아 향후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나 이에 따른 위험 변화를 상세히 제시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며 “그러나 인터넷은행의 출현은 국내 은행업의 성장 과정에 있어 필요 요소이고 향후 국내 금융권의 발전에 다양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터넷은행이 기존 금융사를 상대로 경쟁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인 사업확대와 수익성 개선, 특히 기존 금융사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개발이나 시스템의 정교화 및 고객맞춤화 등이 인터넷은행의 중장기적인 숙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