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전 과정 투명하지 않으면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할 수 없어

올 여름 BMW 차량 화재는 산불처럼 번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방화를 저지르듯 하루가 지나면 또 한 대가 불탔다. 어떤 날은 두 대가 불타기도 했다. 7월 들어 BMW 차량 화재 건수는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 BMW코리아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다. 부랴부랴 리콜 대책과 함께 긴급안전진단 방안을 내놨다. 그래도 차는 계속 불탔다. 안전진단 받은 차량들도 화염에 휩싸였다. BMW 차량은 8월에도 불에 탔고, 9월 달인 지금도 여전히 불에 타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와중에도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BMW 연쇄 화재는 차량에만 머물지 않았다. BMW 차주들은 두려움에 속이 탔다. 언제 화재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조수석에 태우고 차를 몰았다. 공포는 차주뿐만 아니라 주변 주민들에게도 옮겨 붙었고, 일부 상가와 아파트는 BMW 차량 주차 금지를 내걸었다. 긴급안전진단을 진행하는 BMW코리아 정비센터는 새벽에도 대낮처럼 밝았다.

 

정부 기관 역시 BMW 화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언론에 십자포화를 당했다. 안일한 대처가 화재를 낳았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정부 역시 늦게나마 리콜 제도를 손보기 위해 나섰다. 제조사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고, 선제적인 결함조사 체계 구축한다는 게 골자였다.

 

정부는 제조사에게 짐을 떠넘기는 형태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제조사가 제작결함을 은폐축소할 경우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을 신설하고, 늑장리콜 시 과징금 수준을 현재 매출액의 1%에서 3%로 상향토록 법을 개정하려 한다.

 

물론 국토부 내부 문제 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정부는 차량 결함을 심사하고 리콜 및 무상수리를 결정하는 자동차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심평위)의 명단과 심의 결과를 공개키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개선 방안으로는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심평위 위원은 지금껏 제작사와의 깊은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작사와 학계의 암묵적인 연결고리가 작동한다는 의혹은 심평위가 열릴 때마다 불쑥불쑥 튀어 올랐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심평위 과정을 외부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심평위 활동을 했던 전 심평위원은 위원들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제작사와 서로 다 아는 사이다보니 명백한 결함이 아닌 이상 무상수리로 몰고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작사들과 국토부는 기술유출을 우려하며 심평위 과정 공개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심평위 과정 공개하면서도 얼마든지 기술 보호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많다. 차량 결함을 살피는 전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계속 방치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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