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한 인사 추진해야…특정인 개입설 확산

 

이달 초 한 일간지 여기자가 ‘복도통신이 너무 안 맞아도’라는 제목으로 기자수첩에 글을 썼다. 기자가 판단한 해당 글의 핵심에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예측 가능한 인사를 위해 어느 정도 복도통신이 맞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교롭게 그 기자는 과거 보건복지부가 서울 계동 청사에 있을 당시 육아휴직 전과 후에 걸쳐 출입했었다. 

 

그가 정의한 대로 ‘복도통신’이란 이 부서, 저 부서가 있는 복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인사가 나기 전 나누는 하마평을 지칭한다. 아무래도 정부중앙부처 특성상 복지부에도 행정고시 출신들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이에 행시 기수와 서열, 그동안 경력과 전문성을 토대로 이 자리에는 A공무원이, 저 자리에는 B공무원이 무난하고 어울린다는 내용이 주로 논의된다.

 

지금은 공무원을 그만두고 복지부 유관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관료가 과거 자신의 거취에 대한 말이 많을 때 “사람이 움직이는데 어찌 소문이 안 나겠느냐”고 기자들에게 반문한 적이 있다. 

 

그만큼 인사를 앞두고는 공무원 특히 고위직 움직임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나 소문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단적으로 청와대 파견을 앞두고는 국장의 경우 본인 공적이나 활동상 정리를 국주무 사무관에게 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장급도 청와대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부서든 옆의 부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소문이 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보건의료와 복지 업무를 맡고 있는 복지부 실장급과 국장급 인사는 26일 오전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교육파견을 마치고 사실상 복지부에 복귀한 두 명의 국장급 관료는 정식으로 보직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중 한명은 어렵사리 국장에 승진한 후 교육을 다녀와서 첫 보직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나머지 한명은 그동안 2~3개 국장급 보직에 거론되며 지상발령을 감수해야 했다.       

 

현재로선 박능후 복지부 장관 결재를 받아 1순위와 2순위로 추천한 실장급 승진자 후보를 받아본 청와대가 더 많은 후보군을 복지부에 요청해 인사발령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초 1순위와 2순위로 추천된 인사들에 대한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하자가 발견됐다는 관측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다.  

 

이처럼 실장급과 국장급 발령이 지연되자 복지부는 부이사관(3급) 이하 정기인사를 단행했고, 공석인 과장급이 있어 추가 인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정작 박능후 장관 대신 복지부 인사, 특히 고위직 인사에서 특정인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

 

물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이어 대학에서 줄곧 학자와 교수로 활동했던 박 장관이 비정규직까지 본부만 1000여명인 대형 조직을 관리한 경험이 없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복지부의 정책 구석구석을 챙기려면 밤을 새워 일해도 부족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위직 인사는 박근혜 정부에 이어 현재도 청와대 입김이 있는 현실도 이해한다. 그래서 박 장관이 인사과장에게 인사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인사과장이 아닌 특정인이 본인의 영향력으로 고위직 인사의 판을 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아무리 복지부 실세라고는 하지만 모든 것을 본인의 입맛에 맞게 할 수는 없다. 엄연히 위로는 복지부의 장관과 차관이 있는 현실이다. 

 

구체적 내용은 다르지만 공교롭게 앞서 언급한 수첩과 기자의 수첩 결론은 일견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부 직원들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선에서 서열과 경력을 감안하는 선에서 복도통신이 어느 정도 적중하는 선에서 인사가 단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정인이 개입하고 청와대가 개입하면 인사의 판이 흔들리고 원칙도 무너질 수 있다. 인사를 잘 할 필요도 없다. 특정인 개입을 봉쇄하고 중간만 해도 박 장관은 향후 종합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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