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 시대에 걸맞는 인적자원 관리

 

 

창조경영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에 앞서서 이해를 돕고자 한 가지 사례를 들고자 한다. 1927년 12월 13일 금요일. 이 날은 영국 해운 역사상 잊을 수 없는 대형 해운사고가 있었던 날이다. 이날 대형 범선 로손(Lawson) 호는 필라델피아에서 파라핀유를 싣고 대서양을 건너 영국해협 실리(Scilly) 제도 근해에 다다르게 된다. 로손호 터너(Tunner)선장은 배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로손호는 시속 110㎞가 넘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암초에 부딪쳤고 터너 선장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선원 18명은 실종되고 말았다. 이 사고와 함께 범선의 시대도 막을 내린다. 


당시 대형화물을 운반하는 범선의 속력은 배에 몇 개의 커다란 돛을 다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범선을 제조하는 회사들은 모두 경쟁적으로 가급적 많은 돛을 달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1800년대 초에 발명된 증기선이 범선의 자리를 서서히 위협하고 있었다.

초창기 증기선은 화물적재 공간을 화물보다는 대부분 석탄연료가 차지한 터라 증기선은 엔진의 효율성 측면에서 선주들이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나 1890년 대에 이르러 증기선은 범선보다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시장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범선소유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선박설계자들은 바다의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범선을 점진적으로 개량하여 증기선에 대항하고자 하였다.

이런 와중에 1927년 12월 13일 금요일. 로손호는 침몰했고 이 사건은 범선시대의 종료와 증기선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이 사례는 근세기 범선과 증기선의 기술 대결 과정에서 범선이 증기선으로 대체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제기된다.

우선 범선과 증기선의 기술 대결에서 왜 범선 제조 업체는 증기선 등장에도 불구하고 범선 제작에 집착할까? 또 만약 범선의 제작업체의 창의적인 누군가가 증기선의 기술적 진보가능성을 간파하고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적 대안을 마련했다면 어떤 일이 전개되었을까? 결과적으로 범선 제조업체들은 증기선의 기술적 진보 가능성과 잠재성을 보지 못하고 범선의 점진적 개선에만 전념함으로써 창조적 파괴의 기회를 스스로 놓쳐 버렸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한 때 산업의 리더였던 기업들이 한 순간에 산업의 주도권을 잃어 버리고 산업역사의 기억에서 사라진 예는 허다하다. 한 때 핸드폰 제조로 통신업계의 거인으로 자리 잡았던 모토롤라는 노키아a에 그 위치를 내어 주더니 다시 삼성전자로, 연이어 애플에게 자리를 빼앗기다 급기야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에 합병돼 구글로라(Googlerola)의 운명이 되고 만다.

반도체 칩 개발을 주도했던 페어차일드도 텍사스인스투르먼트에게 시장을 내주다 일본 NEC에 뒤이어 삼성전자에 승자의 위치를 내어 주게 된다. 자동차 업계의 세계적 강자로 군림하던 GM, 포드, 크라이슬러도 일본 토요타에 자리를 빼앗기다 결국 한국 현대·기아차에 자리를 위협 당하고 있다. 또 최근엔 130년 역사를 지닌 미국 코닥도 전통적인 재래식 필름산업에 집착한 나머지 디지털카메라로 방향 전환하지 못했다.

산업의 부침을 경험하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창조적 파괴의 가치를 내재화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시장 선도의 위치에 만족해야 했다. 기존 제품의 패러다임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며 또 자율적으로 높은 수준의 몰입을 수행하는 주체는 가치있게 대접 받는 ‘사람’이다. 또한 이들이 주도적으로 이 같은 혁신작업에 동참하게 하는 것은 이들의 사고와 행동을 전략목표에 부합되도록 유도하는 ‘수준 높은 인적자원관리시스템’이다.

일찍이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경제학 교수였던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는 단순히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 수준을 뛰어넘는 새롭고 독창적인 변화, 즉 혁신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정의를 토대로 보면 창조경영이란 ‘의도적 창조적 파괴를 관리’하는 총체적 경영 활동이다.

이 정의는 전체 경영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원가 및 비용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품질 및 서비스 그리고 기술수준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균형상태를 유지하는 패러다임의 경영이 아니다. 오히려 원가제로, 비용제로, 시간제로, 세계최고의 품질과 서비스, 탁월하고 획기적인 기술개발, 끊임없는 무한 수익창출과 같은 경이적인 성과창출을 목표로 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이다. 결국, 창조경영은 균형된 상태를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된 상태를 불균형상태로 만드는 파괴과정이다.

최근 한국기업은 전세계적인 저성장경제 기조 하에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다. 과거의 성장방식이나 경쟁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성장의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기술과 제품 그리고 이것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고객에게 자리잡기 위한 사업방식 및 경쟁방식이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점진적인 혁신이나 개선만으로는 현 시점에서는 생존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론적·현실적 인식을 토대로 창조경영이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창조하는 총체적인 경영활동”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이 정의를 토대로 투입자금과 R&D성과의 관련성을 보여주고 있는 기술의 수명주기 관점에서 보면 기술의 수명주기는 어떤 하나의 기술이 시장에 도입되거나 탄생해서 시장에서 사멸될 때까지 전 과정을 제시한다. 즉 기술수명주기는 도입기-성장기-성숙기를 거치다가 아무리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해도 더 이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기술의 물리적 한계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기업들은 생산성, 가격, 효율성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서 기업은 두 가지 선택해야 한다. 점진적 혁신을 통하여 기술의 수명주기를 어렵게 연장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창조적 혁신을 통하여 새로운 기술 S-Curve를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산업을 선도하다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한 기업들은 생산성, 가격, 효율성 경쟁이라는 이름의 점진적 혁신에만 몰입하다 보니 그 기술적 밖의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모토로라, 페어차일드, 포드 GM, 코닥이 모두 그 과정을 밟았다. 한 때는 성공했지만 성공의 함정에 빠져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 구글, 애플, 고어텍스 같은 기업들은 창조적 혁신을 통하여 끊임없이 기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창조적으로 파괴함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S-Curve를 만들어 낸 기업들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얘기를 끝으로 이번 주 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그 분의 혜안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기업인들이 가장 절실하게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일 것이다. “우리가 현재 대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현재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사고 유형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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