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로 “사과해라”,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주장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민보름 기자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실장과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 간 통화 녹취록으로 11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시끄러웠다. 여야 의원들은 서로 사실을 왜곡한다며 주장을 이어갔다.


11일 미방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결산을 심사하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이 상대가 인신공격을 했다고 문제 삼으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감정이 본격적으로 격화한 시점은 신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구 을)과 박대출 의원(새누리당, 진주시갑) 간 논쟁 직후였다. 두 의원은 각각 MBC와 서울신문에 몸담았던 언론인 출신으로서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 보도 편성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 정반대 의견을 내놨다.

박대출 의원은 “전화를 한 것 자체로는 방송법 위반이라 볼 수 없다”면서 “‘한 번만 도와주시오’라는 등 통화 내용으로 봐서도 이정현 홍보수석이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읍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전 수석이 공영방송의 보도 독립성을 침해했으며 이는 방송법 4조 2항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방송법 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면서 방송사 편성에 대한 외부 간섭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경민 의원은 이날 회의에 출석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박대출 의원 발언은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으로 괘념치 말라”며 “청문회 때 방송공공성을 지키겠다고 답변했는데 왜 입장이 바뀐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해당 녹취록에 대해 “현행법 상 방통위에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형사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 의원은 “지난 번 백종문 녹취록에 대해서는 내부 문제라 4조 2항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번 외부 개입 사안에 대해서도 개입할 근거가 없다고 하니 뭐가 진실인가”라고 물었다.

박 의원은 신 의원 질의 이후 불쾌감을 나타내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제가 발언한 것에 대해 사건을 축소한다고 폄훼하셔서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발언 도중 자리를 떴다.

야당 의원들은 역으로 박 의원 발언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2년 전인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언론담당이 소속 의원 109명에게 각각 매체를 전담하라고 정해줬다”며 “109개 헌법기관이 나서면 불법성을 비교할 수 있겠나”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야당이) 역지사지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박 의원 발언에 대해 “위원회 내부에서는 누구나 활동에 대해 평가받을 수 있지만 상대가 외부에서 한 일을 가지고 얘기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구 을)은 “여야가 쓰는 용어를 인용하자면 여당은 청와대 방패 역할을 하고 야당은 창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며 “2014년 당시 새정치 민주연합은 언론시장이 기울어져 있다고 보고 생각해 보도 속 잘못된 표현에 대해 시정조치를 하자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대출 의원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새누리당 같이 단체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지만 박대출이라는 개인을 나쁘다고 한 것은 명예훼손”이라며 “정치적인 주장은 할 수 있지만 개인에 대한 표현은 명예와 관련된 부분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을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효상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은 박홍근 의원에 대해 “방패막이라는 용어는 굉장히 저급하고 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남지역 원자력 시설 안전 관련 질의를 한 배덕광 의원(새누리당, 부산 해운대 을)은 “국회가 정부 결산을 살피는 이 귀중한 시간이 이정현 전 홍보수석 발언으로 정쟁으로 바뀐 데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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