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블록체인 등 연계 서비스의 질 획기적 향상…보험료 인하·맞춤형 정보·보안 강화 등 혜택 커져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은 보험업계가 생존 전략으로 인슈어테크를 도입하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보험업계가 스마트해지고 있다. 인슈어테크(InsurTech)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더 나아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비보험업계와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보험산업과 연계한 인슈어테크는 보험 거래의 전통적 방식을 모두 허문다. 개인 맞춤형 보험이 만들어지고 고객 접점도 단순화된다. 보험료 인하, 보안성 강화로 고객 혜택이 커진다. 보험업계의 혁신적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인슈어테크 도입에 적극적이다. 이를 통해 이전에 없던 보험 상품과 보험 가입 플랫폼을 고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경우 과거처럼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보험 정보를 전달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형식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 기술로 보험 계약자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구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보험사와 보험계약자가 동시에 보험금 중복 청구, 과다 진료, 보험사기 징후 등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보험업계 전체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혜택은 보험 계약자 전체로 퍼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슈어테크가 보험 산업에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보험 가입과 고객 관리가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ICT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보험업계만 기술 변화에 뒤처진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인슈어테크로 보험업계가 ICT기술과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슈어테크, 먼 미래 이야기 아니다

국내 보험업계에선 자동차보험이 인슈어테크를 가장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개인용 자동차 상품에 가입한 1524만대 중 266만대가 온라인(CM)을 통해 보험에 가입했다. 가입률은 17.5%다. 가입률 성장 속도는 갈수록 빨라진다. 2012년 온라인 가입률은 5.7%였다. 이 수치가 지난해 3배 이상 커졌다. 대면가입률은 2012년 61.9%에서 지난해 53.9%로 떨어졌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보험다모아 사이트가 2015년 말 보험소비자에 제공되면서 온라인 자동차보험 판매는 급속도로 보편화가 되고 있다. 보험 소비자들은 국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기 전 보험다모아에 들어가 쉽게 비교 선택이 가능하다. 특히 정부가 나서 온라인 보험계약을 할 때 필요한 공인인증서 외에도 신용카드나 휴대전화와 같은 인증 수단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비자 접근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게 됐다.

이뿐 아니다. 핀테크를 이용해 보험사가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도 나왔다. 메리츠화재는 KT와 업무 제휴를 맺고 자동차보험 운전자습관 연계(UBI) 전용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에 따르면 차량 내 설치된 운행기록자기진단장치(OBC)가 운전자의 과속 여부, 급제동 등을 파악한다. 안전 주행 여부 정보가 쌓이게 되면 안전운전에 익숙한 보험 고객은 보험료를 할인받게 된다.

한화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주행거리, 사용 유류비, 연비 소모량을 빅데이터로 축적해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 인슈어테크를 통한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중이다.

생보업계 변화도 만만치 않다.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소액 보험금 자동 지급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했다.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블록체인 시스템이 병원비 수납 내용과 보험계약 정보를 활용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가상 장부에 거래 내역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거래 참여자가 이를 공유하기 때문에 보안이 강화되는 장점이 있다.

신한생명은 업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카카오페이 인증서 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톡 앱을 활용해 인증과정을 편리하게 처리하는 비대면 서비스가 제공된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을 기반하므로 위·변조 등 해킹이 불가능하다.

삼성생명은 올해 모바일 약관 시스템을 도입했다. 약관 책자는 보관, 검색이 어렵고 CD는 사양화되는 저장매체인 데다가 이메일로 전달받는 약관은 고령자 등 고객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스마트폰으로 약관을 쉽게 받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급변하는 보험업계, 인슈어테크로 살아남아야

인슈어테크는 전통적인 보험업계 영업 방식을 완전히 허물 수 있다. 보험사가 상품을 출시하고 보험 중개사, 보험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유통하는 단계가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 서비스로 유통단계가 축소되고, 보험 소비자가 본인 필요에 의한 상품을 직접 찾아내는 등 일방적인 서비스 전달 구조가 뒤바뀔 수 있게 됐다. 이런 방식을 취할 경우 보험사는 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또 유통단계가 축소돼 보험 가격이 내려가 결국 보험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

지난 6월 생명보험협회와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 활용' 국제세미나에서 박소정 서울대 교수는 "인슈어테크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보험의 기본개념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인슈어테크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미 인슈어테크 관련 세계 스타트업 투자는 2011년 750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에서만 전체 투자 중 60%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 일본, 중국 등에서도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건전성 규제 강화와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면서 보험업계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인슈어테크 도입이 보험업계 상황에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인슈어테크가 보험업계에 큰 활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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