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추경에 발목, 정부개편안 논의도 못해…거론되는 부처 일손 못잡고 마음 졸여

문재인 정부의 ‘조직 밑그림 그리기’가 결국 6월 임시국회를 넘기게 됐다. 지난 12일 정부여당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보름이 지나도록 제대로 심의조차 못한 채, 7월 임시국회로 처리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인사청문회 처리 과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문재인정부의 첫 조직개편으로 불똥이 틘 것이다.  

 

정부조직개편 처리가 늦어지면서 개편 대상에 이름을 올린 부처들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2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상교섭본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당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자로, 추미애 대표 등 여당 소속 의원 120명이 발의자 명단에 전원 ​이름을 올렸다. 


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는 지난 5일 정부와 여당이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정부여당이 합의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17부·5처·16청·5실의 정부조직은 18부·5처·17청·4실로 개편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은 발의한 날로부터 보름이 흘렀지만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증폭되고 임시국회 일정도 공전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관심 밖으로 벗어났기 때문이다.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법안을 정부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일반 법안으로 국회선진화법 적용을 받는다. 국회의원 의석 3/5(180석) 이상 찬성이 없으면 여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중심으로 실제 정부조직 구성작업이 진행된다.

일단 6월 임시국회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도 사실상 물건너 갔지만 7월 임시국회에서 야당의 협조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3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 착수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은 그나마 청신호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조속히 처리하려 하고 있고, 추경도 심의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경과 인사청문회 등을 두고 여당과 가장 첨예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심의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 디자이너 조현경
하지만 심의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7월 임시국회에서 심의와 의결 등 처리 속도가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민의당 측은 국민안전처를 폐지하고 해경을 분리해 해양수산부 산하로 편입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부처 나눠먹기’라고 주장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향후 인사청문회와 추경 처리에서 언제 다시 발목이 잡힐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현재 방식대로라면 7월 국회가 아니라 8,9월 국회가 돼도 승인해줄 수 없다”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를 강도높게 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이면서 ‘관가’ 주변의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이미 정부여당이 정부조직 개편안에 포함되거나 업무 변동이 있을 예정인 부처를 발표했지만 정확한 가닥이 잡히지 않으면서 공무원 사회가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앞서 노무현 정부 당시 첫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 제출 후 41일이 지나서 통과됐고, 이어진 이명박 정부에서는 32일, 직전 박근혜정부에서는 52일이 걸렸다. 
 

역대 정권 교체기마다 정부조직의 개편을 앞두고 이러한 분위기는 재연돼 왔다. 앞서 과거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관계를 두고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정책 난맥을 보였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바 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문재인정부도 이러한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첫 정부조직 개편은 소폭으로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특정 부처에서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산업부의 산업지원 업무와 미래부의 창업지원 기능은 기존 중소기업청에서 승격된 중소기업벤처부로 옮겨가는 만큼 해당 부처에서 상당한 업무가 이관될 예상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통상과 무역을 전담하는 차관급의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고 조직 차원에서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수자원과 하천관리 기능을 관장했던 국토교통부 업무는 수량, 수질 및 재해예방의 통일적 관리와 지속가능한 물관리체계의 구축을 위해 환경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것이 정권때마다 늘상 반복되는 일이지만 길어지면 그만큼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에서 추경이든 인사청문회든 논의되는 속도를 보면 정부조직 개편도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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