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배임 주장은 어불성설…주가 하락 사유로 주주가 이사에 책임 못 물어"

14일 삼성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두고 잘못된 법적 판단을 내리며 1500억원에 달하는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뤄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 사진=뉴스1

 

삼성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두고 잘못된 법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생명은 줄기차게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주주가 대표 이사 등 경영진에 배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법률 전문가 상당수는 이 법적 판단은 오류라고 지적한다. 이에 삼성생명이 잘못된 판단에 기초해 자살보험금 1500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삼성생명 관계자는 "대법원이 소멸시효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경영진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지급하면 주주가 배임을 주장하며 해당 경영진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진이 지급을 망설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전했다.

보험법 및 상법 전문가는 "주주가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상법 401조는 '이사는 제3자에 대해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상법 제401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주가 제3자에 포함되는 지 여부가 중요하다. 주식 같은 간접손해의 경우 주주 제외설이 정설이다. 판례도 "대표이사가 회사 재산을 횡령해 회사 자산이 줄어 회사가 손해를 입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간접적인 손해는 상법 401조 1항에서 말하는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법률 전문가는 "회사 경영을 잘못해서 주가가 내려간 경우 주주가 이사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라며 "결국 주주가 직접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 경영진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도 주주가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상법, 회사법에 따르면 주주는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이사에 대해 배임 등 책임 추궁할 수 없다. 이 법률 전문가는 "이사의 의무의 대상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다"라며 "(주주에게 의무가 없다는 것은) 너무 기본적인 법적 이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가 경영을 잘못해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주주가 아니라 회사가 이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이사는 주주에 대해 직접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뜻이다. 

 

다만 회사가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소수 주주가 대표 소송으로 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경영진은 소주주의 대표소송을 두려워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다수 상법 전문가는 경영자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해도 주주의 회사에 대한 문제 제기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상법상 '경영판단의 원칙'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는 "우리나라 법조계는 경영자의 판단을 두텁게, 넓게 그 범위를 인정하고 있다"며 "경영자가 자신의 판단에 의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회사 장래에 유익하다고 판단을 내렸는데 어떤 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소주주들이 입증하기 대단히 어렵다. 법원에 가서 절대 못 이긴다"라고 지적했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경영자가 판단해도 경영판단 원칙에 부합한다는 논거로는 △일반인의 관념에 부합하는 채무행위(자연채무 논리까지 포함) △금감원이 중징계를 예고하는 등 금융당국과 마찰이 지속될 수 있는 우려가 회사에 끼칠 피해(보험 계약자에 대한 신뢰 관련 포함)△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관련 '설명의무 위반'을 바탕으로 한 소송이 발생할 때 생길 사회적, 해당 회사에 대한 비용 부담 △대다수 생보사가 전액 지급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 등이 있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것이 오히려 회사에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법률 전문가는 "이사들이 방어무기로 지금까지 내세웠던 게 '경영판단의 원칙'이었다. 이걸 주주나 제 3자가 깨뜨리기란 굉장히 어렵다"며 "명백히 법령을 위반하거나, 명확하게 비합리적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 한 회사 장래를 위한 판단이라고 말하는 이사의 주장을 깰 수 없다. 이 사안만 보면 절대 경영판단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이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는 것은 완전히 틀린 것일 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한 배임도 마찬가지"라며 "주주가 대표 소송을 회사에 제기하며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고 할 텐데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사안이 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회사에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하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이사가 주주의 소송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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