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미국 EPA 해결방안 주시해야"

23일 환경부가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리콜계획안을 거부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국내법인이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차량 리콜 계획안을 환경부에 제출했으나 퇴짜맞았다. 조작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게 화근이 됐다. 폴크스바겐 리콜계획안을 2번이나 거부한 환경부는 보완없는 리콜 계획안을 제출하면 리콜 자체를 아예 불승인하겠다며 폴크스바겐에 엄포를 놓았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의 국내법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다시 제출한 리콜계획서가 리콜 대상 차량을 임의 조작(Defeat Device)를 했다는 사항을 명시하지 않았고 차량을 고치기 위한 소프트웨어도 제출하지 않아 보완 요구를 했다고 23일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독일 본사에서 소프트웨어를 아직 완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받아야 리콜 대상 차량의 소프트웨어 개선 전후 대기오염 배출량, 연비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환경부는 다만 임의조작으로 적발된 15개 전 차종의 리콜 소프트웨어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부 차종의 소프트웨어를 우선 완성하고 차례로 소프트웨어를 제출하는 것은 허용했다.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형사고발한 상황에서 폴크스바겐 리콜계획안을 현미경 잣대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 119일 폴크스바겐코리아가 리콜 계획을 부실하게 작성하는 등 정부 시정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폴크스바겐이 독일 및 미국 등에 제출한 리콜안에 비해 한국 제출안이 부실하자, 정부가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당시 환경부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리콜안을 두고 첫 페이지부터 허탈했다. 엉망인 리콜계획안이었다. 보통 수십, 수백장의 서류를 보내와야 하지만 너무 간략한 내용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타머 사장이 고발당한 한 달 뒤인 지난달 19일에는 폴크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구 소재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사무실과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검찰이 강경책으로 폴크스바겐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리콜계획안이 반려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폴크스바겐 스캔들을 최초로 밝혀낸 미국 연방환경청(EPA)이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기술적 해결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만약 동일한 내용의 해결방안을 두고 환경부가 EPA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봐주기식 리콜이라는 논란이 일 수 있다.

 

국내 폴크스바겐 집단소송을 대리중인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이번에 제출된 리콜계획서가 결함원인과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더라도 환경부는 제시된 리콜방안이 해당차종이 대기환경 보전법 46, 48조 위반을 완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미국 EPA24일까지 어떤 답변을 내는지를 확인한 뒤 리콜계획서에 대한 환경부 평가와 검증이 이루어져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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