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피해변상·건강상태, 양형에 큰 의미 없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 실형을 선고받은 데에는 핵심 혐의였던 조세포탈 251억원이 결정적이었다. 아울러 재판부의 재벌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도 함께 작용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15일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조세포탈·횡령 혐의에 대해 지난해 9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장은 그룹 내에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고 이들 부서로 하여금 임직원 459명 명의를 차용해 636개 증권계좌로 자신의 차명주식을 관리토록 했다. 이 회장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차명주식 양도차익과 배당·이자소득에 대해 발생한 세금 177억원을 탈루했다.

이 회장은 또 2010년 12월경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자신이 실질 소유한 '타이거갤럭시(Tiger Galaxy)'라는 회사에 CJ Inodonesia가 보유했던 CJ International Asia(CJIA) 지분 100%를 90만5000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12년경까지 CJIA는 타이거갤럭시에 1000만 달러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 회장은 이 돈을 송금받고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모두 41억원의 조세를 포탈했다.

그는 또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계열사에서 판매촉진비, 복리후생비 등을 정상 지급한 것처럼 전표 등을 조작해 부외자금 124억원을 조성해 33억원의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이 회장은 아울러 2010년 5월부터 2013년 6월까지 CJ China와 CJ Indonesia에 허위로 임원을 등록하거나 기존 임원에게 기타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서류·회계장부를 조작해 회사자금 115억원을 횡령했다. 그는 이 자금을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하대중 CJ E&M 대표 명의의 부동산 구입 경비 등으로 사용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게 했다. 일반 국민 남세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친 중대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양형위원획 정한 양형기준상으로도 조세포탈로 인한 특가법 위반 부분이 가장 주된 양형 요소"라고 덧붙였다.

또 대법원에서 지난 9월 "배임액 산정을 할 수 없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일본 도쿄 부동산 구입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선 "사실관계는 동일하고 이득액을 산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평가문제에 불과할 뿐"이라고 결론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2006년 12월 자신이 실소중인 Pan Japan이 일본 도쿄에 위치한 빌딩 등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50억엔 가량의 근저당설정·연대보증약정을 체결하게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배임액을 309억원으로 설정해 특경가법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배임액을 설정할 수 없어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연대보증과 담보 제공 등을 통해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CJ Japan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한 배임행위"라고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실형 선고 이유로 재벌 범죄의 엄벌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징역 3년 이상에 가능한 집행유예도 선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규모 기업집단 총수라 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개인 이익을 위해 조세포탈이나 기업에 손해를 가하고 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경우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집단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로 인해 얻느 이익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이 회장 건강상태나 경영복귀 등보다) 더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의 건강상태와 피해금 변제 상황을 양형 시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전병을 앓고 있는 이 회장 건강과 관련해 "건강문제는 기본적으로 양형요소라기보단 형 집행 문제"라고 일축했다.

또 "대규모 자산 보유 기업가가 범행 발각 후 행한 피해 회복 조치에 양형상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며 "범죄 예방 측면이나 투명하고 합리적 기업 경영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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