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4연속 동결 유력
시장금리 반등 따른 여전채 금리 상승···카드사 조달비용 증가로 직결
당국 카드론 규제까지 겹쳐 '이중고'···카드사들, 해외 자금조달 등 다양한 채널 확보 주력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카드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예금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 여전채 금리가 기준금리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카드론 규제까지 더해지며 카드업계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자 카드사들은 조달 방식을 다각화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7일 기준금리를 현 2.50%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불안정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오르내리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이어서 추가 인하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1월 셋째 주(11월 17일) 기준 전주 대비 0.20% 상승하며 다시 반등했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이달 들어 2조6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이 불확실한 점도 변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의하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전망이 잦은 변동을 보이면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기엔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정상적 상황은 아니고, 최소한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과 비슷하거나 미국이 약간 더 위에 있어야 한다"며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상당히 매파적(통화긴축선호)인 상황에서 한국은행만 금리를 내려 격차를 키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들어 2월과 5월 두 차례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뒤 7, 8, 10월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처럼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장금리는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오는 27일 기준금리 결정을 포함해 4연속 동결이 유력해지면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는 3%대를 넘어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1일 기준 여전채 금리(3년물, AA+ 기준)는 3.293%로 집계됐다. 여전채 금리는 올 3월 2%대로 내려갔다가 8개월 만에 다시 3%대에 진입했다.
여전채 금리 상승은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영업 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실제 이자율 부담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3분기 말 이자비용은 총 3조54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4262억원)보다 3.35%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만기구조를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카드사의 단기어음(CP) 비중은 줄고 여전채 의존도는 높아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조달 자금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71.5%로 2021년 말 이후 처음으로 70%대를 기록했다.
조달비용 부담에 더해 이재명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정책이 카드업계의 또 다른 족쇄가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카드론 취급 한도와 심사기준까지 엄격히 조정했다. 카드사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카드론에 대해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더불어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지 않는다"며 "조달금리의 경우 추가 상승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금리 부담을 완화하고 조달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KB국민카드는 홍콩·대만·일본 등 주요 글로벌 은행을 대주단으로 구성해 4억달러 규모의 지속가능 연계 신디케이트 론을 조달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9월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해 4억달러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자금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추세"라며 "여전채 시장은 외부 변수에 따라 급격히 출렁이는 만큼 다양한 조달 채널을 통해 안정적인 운용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