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말부터 카드사 상반기 실적 잇따라 발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및 카드론 규제 강화로 경영 환경 악화
비용 효율화 사활···건전성 지표 악화 따라 충당금 부담 커지면 노력 무색
수익 창출 어려운 만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따른 카드사별 관리 역량이 실적 변수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내달 말부터 국내 전업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잇따라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희비를 가를 변수로 건전성 관리가 꼽히고 있다.
현재 대부분 카드사들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카드론 규제 강화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비용 효율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건전성 지표 악화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 그 동안 지속해왔던 노력이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연체율 등 각 카드사별 건전성 지표가 상반기 실적을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삼성·현대·우리·롯데·하나·BC카드 등 국내 8개 전업카드사들은 다음달 말부터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다. 앞서 지난 1분기 전업 카드사 8곳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7244억원) 대비 16.5% 감소한 60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계 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24.4% 줄어든 3076억원에 그쳤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순이익은 1357억원, 8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7%, 39.3% 줄었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율은 상생금융 압박으로 매년 인하 추세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 이후 18년간 15차례 연속 인하된 만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재산정 주기마다 수수료가 인하됨에 따라 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수익원인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은 이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돼 취급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스트레스 DSR은 2024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가계부채 규제 방안으로 3단계는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또 신용대출과 기타대출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1.50%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카드론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카드론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스트레스 DSR 강화는 카드사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여기에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비우호적인 업황이 이어지면서 경영 환경 악화에 시름하던 카드사들은 긴축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는 모습이다. 모집비용과 수수료 등 비용 절감에 인력 감축까지 실시하면서 수익성 하락 방어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들이 카드 영업에 사용한 카드비용은 8조4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 줄어들었다. 카드사들의 비용 절감 기조는 인력 구조조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임직원 60여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데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 가운데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을 선발한 곳은 현대카드와 BC카드 2곳 뿐이다.
이처럼 모든 카드사들이 비용 효율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업계를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은 비슷하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실적을 가를 변수로 건전성 관리를 꼽고 있다. 지난해부터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각 카드사별로 건전성 지표와 수치에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카드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한다.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은 회계상 손실로 인식된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클수록 이익은 감소하는 반면 적립 규모가 적을수록 이익은 확대되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8개 전업 카드사의 1분기 실질 연체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최대 0.4%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하나·롯데·BC·현대카드의 연체율은 1년 전보다 상승했다. 2%가 넘는 카드사도 4곳(우리·하나·BC·KB국민카드)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업 카드사들이 본업에서 더 이상 수익 창출이 어려운 만큼, 연체율이나 충당금 등 건전성 지표에 따른 카드사별 관리 역량이 향후 실적 향방을 결정지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