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리서치 수장 교체로 AI R&D 재편
에이전틱 AI 중심 미래 성장동력 확보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소프트웨어 내재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가 DX(디바이스 경험)부문 선행 연구개발(R&D) 조직인 삼성리서치 수장 교체를 필두로 인공지능(AI) R&D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에이전틱 AI 및 로봇 시대 대응체계 구축을 가속화한다. 스마트폰, TV 등 주력 전자제품에 에이전틱 AI를 온디바이스 형태로 도입해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AI 기능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래 성장사업으로 준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에이전틱 AI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시장 개화를 주도한단 목표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이로써 기존 DX부문 CTO와 삼성리서치장을 맡았던 전경훈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와 함께 관련 조직개편 또한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리서치는 삼성전자 DX부문의 선행 R&D 허브로서 모바일, TV, 가전 등 세트사업의 미래 기술과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1~2년 내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은 각 부문 산하 사업부 개발팀에서, 3~5년 내 중장기 미래 유망 기술은 삼성리서치에서 맡아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최근엔 삼성리서치 또한 사업부의 현행 과제를 수행하는 데 보다 방점을 두고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AI를 중심으로 선행기술의 상용화가 앞당겨지면서, 회사도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 체계를 효율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전틱 AI’ 상용화 확산···내년 갤럭시폰에도 탑재 전망

내년은 에이전틱 AI의 상용화가 확산되는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 AI가 정해진 명령과 규칙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데 그친다면, 에이전틱 AI는 거대언어모델(LLM)에 자율성을 부과한 것으로, 한층 더 고도화된 ‘일하는 AI’로 평가된다. 복잡한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고, 외부 도구도 활용하고, 결과를 평가해 개선하는 등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작업을 완수한다.

특히 미래 주요 산업인 자율주행과 로봇 상용화의 핵심 AI 기술로 평가된다. 자율주행에서 AI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지해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것도 에이전틱 AI를 기반으로 한다.

갤럭시S25의 AI 기능 / 사진=삼성닷컴 캡처
갤럭시S25의 AI 기능 / 사진=삼성닷컴 캡처

윤 사장은 삼성벤처투자 대표 시절 AI 데이터 전문 기업인 셀렉트스타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삼성금융 C랩 아웃사이드 최우수 스타트업에도 선정된 바 있는 셀렉트스타는 AI 학습용 데이터와 AI 서비스 신뢰성 검증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이는 스스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에이전틱 AI의 핵심 기술이다.

삼성금융이 셀렉트스타의 금융업 특화 AI 모델 성능 및 신뢰성 향상 솔루션을 실제 금융 업무에 우선 도입할 계획이지만, 향후엔 삼성전자의 온디바이스 에이전틱 AI를 포함한 전사 AX(AI 전환) 생태계 포트폴리오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경쟁사 중 가장 먼저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갤럭시S24 시리즈를 출시하며 AI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다. 이후 폴더블폰 등으로 폼팩터에 최적화한 AI 기능들을 선보이는 등 시장을 이끌고 있단 평가다.

내년 플래그십폰부턴 에이전틱 AI 탑재가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폰 AI 비서가 단순 명령 수행에 그쳤다면,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복잡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한다. 예를 들어 연인과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면 AI가 예산과 사용자의 선호도, 과거 여행 기록 등을 바탕으로 항공편 검색, 호텔 예약, 후기 분석, 최적의 일정표 작성까지 모든 과정을 알아서 처리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최근 2026 디지털 비즈니스 10대 트렌드 발표에서 “내년엔 AI가 단순히 ‘명령-응답’ 형태에서 벗어나 스스로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도구 활용·자율 실행까지 수행하는 ‘태스킹 AI’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며, “AI가 산업·노동·데이터·보안 등 사회 전 영역을 재설계하는 원년이 될 것이며, AI 생산성 패러독스를 넘어 실제 AI 비즈니스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성과를 발굴·확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 대응, 데이터·AI 인프라 투자, 인재 전략 전환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 임박···핵심 소프트웨어 개발 가속

윤 사장은 에이전틱 AI 연장선상에서 로봇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에 대한 투자도 이어왔다. 삼성벤처투자 대표 재임 말기에 아키타입 AI의 500억원 규모 시리즈 A 라운드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아키타입 AI는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피지컬 AI 스타트업으로, 제조 현장에 쓰이는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을 주력으로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이 대표적인 응용 분야로 꼽힌다. 로봇, 센서, 제어 기술에 AI를 적용해 기계와 장비가 물리적인 공간에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피지컬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HUBO2' /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HUBO2' /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전자는 아키타입 AI의 피지컬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로봇 구동의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현재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함께 첫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로봇의 다리, 팔, 몸체 등 모든 구동 부위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부품인 엑추에이터를 포함해, 엑추에이터와 여러 센서 등을 제어하고 외부 시스템 연결을 지원하는 모든 미들웨어(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산업용을 시작으로, 향후엔 가정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분야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 디지털헬스 분야 투자도 가속한다. 윤 사장은 올 초 AI 기반 맞춤형 푸드케어 솔루션 회사인 메디쏠라의 130억원 규모 시리즈 A 라운드 투자에 참여한 바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와 주요 가전제품의 AI 서비스 고도화에도 시너지를 확대한단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앱 내 ‘삼성 푸드’를 통해 사용자 건강 상태와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식과 레시피를 추천하는 기능을 제공 중이다. 이 기능은 냉장고·오븐·인덕션 등 주요 가전과 연동된다. 업계에선 AI 기반 식단 설계와 개인화 식품 추천 분야에서 메디쏠라와의 협력 여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윤 사장은 지난해말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아 AI,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유망기술 투자를 주도해 왔다”며, “사장 승진과 함께 DX부문 CTO로서 모바일, TV, 가전 등 주력사업들과 AI, 로봇 등 미래 기술간의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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