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ESS용 LFP 양산체계 구축···2027년 1GWh 생산 시작
‘국내 기여도’ 한계 보완, 2차 540MW 공공시장 정조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충북 오창에 국내 첫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 체계를 구축한다. 지난 5월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국내 산업 기여도 감점을 받고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2차 입찰선 국내 생산 거점을 세워 입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LFP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행사를 열고 오는 2027년부터 연 1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기술·제품 개발의 전진기지로 알려진 이른바 ‘마더 팩토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곳에 LFP 셀 생산부터 조립·시험까지 전 공정을 구축한다. 소재·기술 국산화를 위해선 충북도 및 국내 소부장 업체들과 협력하겠단 계획이다. 생산 능력은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단계적 확대도 검토된다.
국내 공장서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이유는 공공 ESS 입찰서 '비가격 점수'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부는 향후 태양광·풍력 확산과 함께 ESS 설치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입찰 심사 항목 중 ‘산업·경제 기여도’는 국내 생산 여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9월 열린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간담회에서 “2차에서는 비가격 지표를 강화해 평가 균형을 맞추겠다”고 했다.
지난 5월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약 80%를 가져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광양과 제주 등 두 곳에서만 낙찰받아 136MW(약 24%)에 그쳤고, SK온은 단 한 건의 계약도 따내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난징산 LFP를 앞세웠지만 ‘국내 기여도’ 측면서 불리했고, 삼성SDI는 울산 생산 계획을 근거로 고득점을 받아 삼원계 배터리임에도 수주를 휩쓸었다는 분석이다.
2차 ESS 입찰 물량은 총 540MW 규모로, 육지 500MW와 제주 40MW로 분리해 진행된다. 준공 기한은 2027년 12월이다. 입찰 단위와 절차는 1차와 동일한 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비(非)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ESS용 LFP 배터리 양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남경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고 올해 6월부터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도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약 120GWh에 육박하는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
김형식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사업부장은 “오창 에너지플랜트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모든 제품 개발과 제조의 허브 역할을 하는 마더 팩토리”라며 “이번 생산이 국내 ESS 산업 생태계의 더 큰 도전과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