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산소 측정·알고리즘 등 마시모 특허 4건 침해 인정
배심원단 “애플 책임 명확”···배상액 6억3400만달러 산정
ITC도 재설계 모델 재조사···애플워치 판매 차질 우려
[시사저널e=시사저널e 기자] 애플이 스마트워치 핵심 기능을 둘러싼 특허소송에서 패소하며 920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배심원단이 마시모의 특허 4건 모두에서 애플의 침해를 인정했다. 소송 5년 만에 결론이 나온 만큼 애플워치 사업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법 배심원단은 애플이 의료기술 업체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마시모에게 6억3400만달러(한화 9200억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평결을 내렸다. 이번 평결은 2020년 마시모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쟁점은 애플워치의 혈중산소 측정 기능과 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 신호 보정 방식, 사용자 알림 기능이 마시모의 의료기술 특허를 그대로 활용했느냐 여부였다. 마시모는 애플워치 시리즈가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광학 센서 데이터를 분석한다며 특허 4건의 침해를 주장해왔다.
반면 애플은 “센서 구조와 측정 방식이 다르다”며 침해 자체를 부인하고,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손해 규모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맞섰다.
배심원단은 마시모의 손을 들어줬다. 마시모가 제시한 4300만대 판매량을 기준으로 대당 14.72~17.39달러의 로열티가 적정하다고 보고 6억3400만~7억4900만달러의 손해액 산정 근거를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반면 애플이 주장한 “손해액은 300만~600만달러 수준”이라는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심원단은 애플이 마시모의 특허 4건을 모두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마시모는 이번 결과에 대해 “혁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성과”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5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애플의 침해를 모두 인정받은 만큼 의료기술 기업으로서의 기술적 위상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애플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항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평결은 애플워치 사업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애플워치는 심박·혈중산소·심전도 같은 생체신호 기반 기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왔기 때문이다. 의료기술 업체의 원천 특허가 이러한 기능과 직접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향후 기능 개발 과정에서 특허 충돌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항소로 배상액을 일부 낮추더라도 특허 리스크가 장기 변수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소송과 별개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도 애플워치의 혈중산소 기능이 마시모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ITC는 2023년 애플의 침해를 인정하며 애플워치의 미국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애플워치 대부분이 해외 생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 내 판매를 막는 조치에 해당했다.
애플은 당시 혈중산소 기능을 제거한 모델로 임시 판매를 재개했다가, 올해 8월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재설계 버전을 내놨다. ITC는 이 재설계 모델 역시 침해에 해당하는지 최대 6개월간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일부 모델이 다시 수입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웨어러블 시장 전체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워치의 핵심 기능이 의료기술 기업의 특허와 겹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빅테크와 의료기술 업체 간 분쟁이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의료기술 특허를 피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생체 데이터 기반 기능이 확대될수록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