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정 논의 가시화···PBR 0.8배 하한선 법안 추진 속도 관측
상법개정→분리과세→자사주소각→상속세법 개정 順 유력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이재명 정부와 국회가 상속·증여세 개정 논의를 시작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이소영 의원의 ‘주가 누르기 방지법’ 논의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는 상장사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주가'로만 평가하는 점을 악용해 최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사례가 횡행하고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으로 0.8배의 하한선을 만들어 이 같은 주가 누르기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건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대주주가 승계를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저 PBR 종목들의 주가가 재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상법개정→분리과세→자사주소각→상속세順?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정이 지난 9일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를 통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을 기존 정부안인 35%에서 25%로 낮추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음 수순으로 자사주 소각과 상속증여세법 개정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바 있다.

다음 논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최고세율 35%였던 정부안보다 낮은 25%가량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 증시 부양 법안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속·증여세 법 개정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통과 이후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은 상장사 주식을 상속이나 증여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2개월과 이후 2개월의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납부한다. 반면 비상장사 주식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대2로 가중평균해 나온 평가액을 바탕으로 세금을 부과하는데 평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다면 순자산의 80%를 기준으로 세금이 책정된다.

이를 놓고 비상장사와 달리 상장사의 경우 주가를 낮출수록 상속세나 증여세를 아낄 수 있기에 최대주주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상장사의 주가를 억누르는 행위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소영 의원은 이를 방지하고자 상장주식을 상속·증여시 비상장주식처럼 PBR의 0.8배로 산정가액 하한선으로 정하는 것이 골자로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과 관련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 "취지는 100% 이해했다"며 "우리 세법에서 제도화하고,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안인지 연구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한 상태다.

◇ PBR 저평가 해소될까

국내 상장된 지주사들의 경우 대표적인 저PBR 종목에 해당한다. 이를 놓고 오너 일가가 지주사 지분을 물려받으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에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지주사 주가가 과도하게 눌려 있다는 시선이 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종목들 가운데 PBR이 가장 낮은 종목들 상당수가 지주사다.

이날 종가 기준 국내 코스피 상장사 중 PBR이 가장 낮은 종목은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로 PBR이 0.1배에 불과하다. 이외 KC그린홀딩스(0.11배), 동국홀딩스(0.17배), 성창기업지주(0.17배) 등도 PBR이 0.2배에 못 미치고 있다.

지주사 체제가 아니더라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고 사실상 그룹의 모체에 해당하는 한신공영(0.12배), 태광산업(0.17배), 계룡건설(0.18배) 등 국내 증시에서 저 PBR 종목들은 넘쳐난다.

이날 기준 국내 코스피 상장 종목수는 총 927개인데 이 가운데 PBR이 0.8배 미만인 종목 수는 493개로 53.2%에 달한다. 국내 코스피 상장종목의 절반 이상이 PBR 0.8배 이하인 것이다.

이소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 증시 전반에 걸쳐 재평가가 이뤄지는 종목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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