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매물 롯데손보, 당국과 소송전 준비
'큰손' 금융지주, 롯데손보 인수 꺼릴 전망
나머지 보험사 매물은 인수 매력 떨어져
사모펀드 보험사 인수도 더욱 어려워질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과 법적 다툼에 나서면서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은 당분간 찬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량 매물로 꼽히던 롯데손보가 당국과 갈등하는 탓에 매각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사태로 사모펀드 운용사(PEF)가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도 더욱 어려워졌단 의견도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롯데손보에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내렸다. 이 회사의 자본건전성 수준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개선권고는 적기시정조치의 가장 낮은 단계다. 당국은 금융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거나 부실 위험이 있을 때 적기시정조치를 내린다. 이 조치를 받은 금융사는 몸값 하락을 피할 수 없다.
롯데손보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이 계량적지표가 아닌 비계량적 평가에 의존해 부당한 제재를 내렸단 것이다. 오는 11일 이사회를 열어 행정소송 안을 의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행정처분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 모두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손보와 당국 간의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롯데손보는 당분간 새 주인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단 평가다. 당국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보험사를 인수할 의향을 보일 금융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손보를 사들일만한 자금적 여유가 있는 대형 금융지주는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금융지주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M&A 보단 생산적 금융 정책을 따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롯데손보 인수 후보로 꼽힌 한국투자 금융지주도 이번 사태로 발을 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손보가 매각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롯데손보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인용되면 본안 소송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당국의 조치는 일단 무효가 된다. 이 기간 동안 롯데손보는 경영 정상화를 이루면 매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롯데손보가 법적 분쟁을 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란 관측이다.
하지만 시간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롯데손보가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진 미지수란 시각도 많다. 당국이 경영개선권고를 내린 이유 중 하나는 롯데손보가 유상증자 계획을 제대로 내지 못했단 점이다. 시장에선 JKL이 사모펀드 운용사이기에 새로운 투자자를 구하기 더욱 어려운 것으로 본다. 추가 투자자를 유치하려면 기존 투자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롯데손보 매각이 안갯속으로 빠지면서 당분간 보험사 M&A 시장은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 나온 보험사 가운데 롯데손보를 제외하면 사실상 제대로된 매물이 없다. 생명보험사 가운데선 KDB생명이 있지만, 아직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증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모기업인 산업은행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잠재 매물로 꼽히는 곳은 메트라이프가 있지만, 시장에 실제로 나올지 불확실하다.
더구나 이번 롯데손보 사태로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단 관측도 나온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대주주로 있는 보험사들이 연이어 당국과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 건에 대한 인가를 내주는 것을 꺼릴 것이란 예상이다. 롯데손보에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가 최대주주였던 MG손해보험도 당국과 소송전을 벌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한국투자 금융지주도 롯데손보가 아닌 소형 보험사를 인수해 보험업 라이선스 확보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라면서 "당분간 보험사 대형 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