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롯데손보 경영개선권고 조치···노조 강력 반발
업계 "시간 있었지만 사태 막지 못한 사측 먼저 비판해야"
"사측, 홀로 당국 따르지 않았는데···노조, 목소리 낸 적 없어"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이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이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롯데손해보험에 자본건전성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제재를 내리자 이 회사의 경영진과 노동조합은 일제히 반발했다. 특히 노조는 당국을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업계에선 노조의 행보를 납득하기 어렵단 반응이 나온다. 당국의 제재를 받을 정도로 경영 상황을 악화시킨 사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선이란 지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롯데손보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경영실태평가 결과 이 회사의 자본건전성 수준이 낮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경영개선권고 조치에 따라 롯데손보는 향후 2개월 내에 자산 처분, 비용 감축, 조직운영 개선 등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한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조치가 내려지자 롯데손보 노사는 일치된 모습을 보였다. 우선 롯데손보 경영진 측은 위법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계량지표보다는 비계량(질적)평가에 의존한 것인데, 이는 전례가 드문 일이란 것이다.

롯데손보의 올해 9월 말 기준 자본건전성 지표(지급여력비율)는 141.6%로 당국 권고치(130%)를 넘겼기에 계량지표론 문제가 될 것이 없단 입장이다. 롯데손보는 행정소송을 검토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날 오후 금감원 본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감독당국의 전형적인 표적 감사란 주장이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경영개선권고 조치로 인해)당장 외부적으로는 퇴직연금을 비롯한 영업에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며 "노조는 전 직원과 연계해 감독기관의 무도한 결정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각에선 노조가 우선 문제 삼아야 하는 대상은 경영진과 최대주주란 지적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롯데손보는 이번 사태를 막을 시간이 있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지난 5월 말 금융위에 전달했다. 금융위가 심사 끝에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5개월이 걸린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구체적인 자본확충 계획을 제출했다면 경영개선권고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JKL은 당국이 납득할 만한 계획서를 내지 못했다.   

당국은 그간 보험사를 향해 자본의 질을 개선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했다. 지난해 기본자본비율 제도 도입을 시사한 점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런데 롯데손보는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기본자본비율은 -12.9%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손보업계 평균이 106%인 것을 고려하면 크게 낮은 수준인 것이다. 당국은 이번 결정에 있어 판단 근거로 롯데손보의 낮은 기본자본비율을 꼽았다. 

더구나 노조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있을 때 마다 롯데손보 경영진이 예외적인 행보를 보인 점을 먼저 비판했어야 했단 의견도 있다. 경영진이 이번 사태를 초래할 만한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단 것이다.  

금융당국은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2023년 보험사들의 계리적 가정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데, 보험사들이 이를 적용할 때 ‘전진법’을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줬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소급법’을 택했다. 이듬해인 2024년엔 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규정을 마련했다.

이때도 당국은 ‘원칙모형’을 활용할 것을 권고했지만, 롯데손보는 보험사 중 유일하게 ‘예외모형’을 적용했다.    

이처럼 당국의 권고사항을 연이어 지키지 않으면 평가에 불리할 수밖에 없단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평가의 내용에 대한 논란을 떠나, 당국의 감독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받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단 것이다.

더구나 롯데손보만 다른 방식으로 재무제표가 작성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 회사의 재무 실적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트린다는 점이 더 큰 문제란 의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손보의 개선된 9월 말 자본건전성 지표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가 방만한 경영을 초래한 사측을 먼저 비판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싶다”라면서 “롯데손보 노조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