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 10곳 주식
작년말 59억원치 보유, 반년만에 20% 오른 듯
‘활황’ 국내 증시에서 기금운용 성과 확대 추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민연금이 최근 활황을 유지 중인 국내 증시에 예년 대비 더 많이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 규모 상위 종목 10개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형주로 구성됐고, 최근 실적 호조와 주식 투자 붐에 힘입어 주가를 높여 국민연금 보유분 평가액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국내주식 종목별 투자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보유 지분 평가액이 23조421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SK하이닉스 9조5627억원, LG에너지솔루션 5조170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4조6721억원, 현대자동차 3조3529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해당 자료에 기재된 국민연금 보유 종목은 1200개로, 총 평가액이 138조96억5800만원에 달한다.
총 평가액은 전년 말(146조4091억8100만원) 대비 5.1% 감소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운용 지침 및 규정에 따라 전년도 말 기준 자산군별 세부 내역을 당해 3분기에 공시하고 있어 현재 보유 지분 평가액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액은 작년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올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 활황 속 코스피 지수 4000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요 종목의 주가도 우상향해서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종목 중 상위 10개의 총 평가액은 작년 말 59억303억원에서 지난 상반기 말 19.5% 증가한 70조5463억원으로 추산된다. 10개 종목이 올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기재한 국민연금 보유 주식 수에, 상반기 말(6월 30일) 기준 종목별 종가를 곱한 값을 합산했다.
지난 상반기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위 10개 종목별 평가액은 삼성전자 26조7971억원, SK하이닉스 16조570억원, LG에너지솔루션 4조5902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5조1516억원 등으로 산출됐다. 삼성전자 16.3%, SK하이닉스 67.9%, 삼성바이오로직스 10.3%씩 증가한 반면 LG에너지솔루션(-11.2%), 현대차(-4.1%), 셀트리온(-11.4%)은 감소폭을 보였다.
다만 국민연금의 상위 10개 투자 종목 평가액은 이날 현재 더욱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종목의 주가가 지난 6월말 이후 일제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 10만원선을 돌파해 ‘10만 전자’ 타이틀을 획득했고, SK하이닉스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말 공시한 ‘자산군별 포트폴리오 운용 현황 및 수익률’ 자료를 통해, 국내 주식을 지난 8월말 기준 196조2550억원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말 139조7220억원에 비해 40.5%나 증가했다.
전체 기금 자산 중 국내 주식의 비중도 작년 11.5%에서 올해 14.8%로 3.3%p 상승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투자한 국내 주식의 수익률이 36.43%로 해외 주식(8.61%), 국내 채권(2.85%) 등 자산군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까지 3년간 누적 손실률(6.94%)을 기록하다가 올해 다시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 성과를 늘리기 위한 투자처로 국내 증시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11개월여 기간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4조5085억원 순매수했다. 작년 같은 기간 1조583억원 순매도한 데 비해 태세 전환했다.
국내 대표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심리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전문 투자 역량을 기반으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동안 사실상 투자 추세를 이끌고 있어서다. 지난 4월말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코스닥에 상장한 LS그룹 계열사 LS마린솔루션의 지분을 28억원어치 확보한 후, 기업 주가가 약 8개월 만에 1만8000원선을 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