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이익 602억원···전년 대비 21.1% 감소
호실적 기록한 타 방산 기업과는 대조적인 모습
잡음 지속 우려 속 내년 수주 기대감 커질 수 있단 의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산업황 호조 속에서도 ‘나홀로’ 웃지 못했다. 수장 공백이 길어지고, 하도급 갑질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3분기 실적마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에는 리더십 공백이 해소될 수 있는 데다 수주 기대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반전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평가다.

5일 KAI는 올해 3분기 6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1% 줄어든 수치로 시장 컨센서스인 726억원도 크게 밑돌았다. 매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6% 줄어든 702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과 완제기 수출 부문의 주요 양산 사업에서 매출 인식 지연이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다른 주요 방산 기업들과는 비교되는 성적표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년 동기 대비 79.5% 증가한 856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로템도 3분기 277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지난해 대비 102.1% 성장했다. 이달 6일에 실적을 발표할 LIG넥스원은 전년 대비 48.9% 증가한 7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방산업황 호황의 수혜를 누려야 할 시점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수주 확대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때, KAI를 둘러싼 각종 이슈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강구영 전(前) 사장이 물러난 지난 7월 1일 이후 4개월 넘게 새로운 대표 선임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고정익사업부문장 겸 사내이사인 차재병 부사장이 임시 대표를 맡고 있지만 사업 전략 수립이나 수주 협상 등 핵심 의사결정, 대외 신뢰도와 추진력 측면에서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수장 공백기 동안 KAI는 주요 수주전에서 잇따라 경쟁사에 밀렸다. 지난 10월 1조8000억원 규모의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에서는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에 밀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어 9월 말 방위사업청이 추진한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서도 대한항공-L3해리스(Harris) 컨소시엄에 자리를 내줬다.

KAI의 대표 인선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정치적인 요인이 맞물려 있다는 점이 꼽힌다. 관례적으로 KAI 사장 인선은 방사청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 임명 등이 이뤄지고 난 후 진행된다. KAI는 민간 기업이지만 최대주주가 수출입은행(26.41%)이고, 국민연금도 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 현 방사청장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인 상태이고 한국수출입은행장도 그동안 공석이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도 KAI로 향했다. 공정위는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대상으로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는지 등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KAI는 하도급법뿐 아니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까지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어수선한 상황을 맞게 됐다.

다만 새로운 수장이 취임할 경우 분위기 쇄신이 가능하고, 주요 해외 수주 기대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성장 기울기가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새로운 대표 선임과 관련해선 이날 수출입은행장이 새롭게 임명되면서 KAI 역시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규 수주와 관련해선 내년이 올해보다 더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 해군향 훈련기 사업 및 중동향 KF-21과 같이 확장성 높은 사업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말레이시아향 FA-50 2차 및 이집트 FA-50 사업 또한 내년 중 구체화가 예상되기에 실망감보다는 기대감이 점차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사옥./ 사진=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사옥./ 사진=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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