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차관 인사···정책 연속성 vs 실행력 ‘갈림길’
LH·HUG 등 산하기관장 교체도 맞물리며 인사 시계 본격 가동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정감사 종료 직후 정부가 국토교통부 인사 재정비에 착수했다. 가장 주목받는 자리는 1차관이다. 조직 안정성을 위해 내부 관료 등용론이 힘을 얻는 한편, 정책 실행력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 기용론도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9·7 공급대책과 10·15 부동산대책의 후속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 차관 인선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 차관 인사 놓고 내부 안정론 vs 외부 쇄신론 ‘팽팽’

3일 정부에 따르면 이상경 전 차관이 각종 논란으로 물러난 뒤 국토부 1차관 자리는 3주째 공석이다. 1차관은 주택·도시·건설 정책 등을 총괄하는 국토부의 핵심 실무 라인으로 꼽힌다. 연간 27만 가구, 5년간 135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 9·7 대책과 10·15 시장안정 대책의 실행을 책임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토부 내에서는 이번 차관 인선이 단순한 보직 교체를 넘어 향후 정책 방향 전체를 결정할 기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업계 관계자는 “두 차례 대책을 발표한 만큼 정책의 연속성과 실행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인사는 단순 교체가 아닌 방향 설정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 사진=연합뉴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 사진=연합뉴스

후보군은 크게 내부 관료와 외부 전문가로 나뉜다. 내부에서는 주택토지실과 기획조정실 출신 1급 간부 3~4명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행정 절차와 예산·조직 조정 경험이 풍부해 ‘조직 안정형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국토부가 추진해온 공급 확대와 인허가 속도전 등의 정책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부 인물이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차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건 조직에 큰 부담인 데다 내부 인사가 와야 조직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 인사 중에는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교수는 이재명 정부 첫 국토부 장관 하마평에도 오른 인물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SH 사장(2018년), 김동연 경기도지사 체제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2022년)을 지내며 공공주택 공급과 택지개발, 임대주택 운영 등을 총괄한 실무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김 교수의 경우 공급 중심의 정책 감각이 뛰어나 9·7 공급대책을 실질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국토부 안팎에서도 “정치적 고려보다 실행 능력을 앞세워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며 외부 전문가 기용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LH·HUG 후속 인사로 확산···공공기관 개편 분수령

국토부는 차관 인선과 함께 산하기관장 교체 절차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31일 이한준 사장의 사표가 재가되며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화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하루 앞서 사장 공모 공고를 내고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들어갔다. 두 기관 모두 정부 주택정책의 핵심 실행 기구라는 점에서 차관 인선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LH 후임 사장 후보군으로는 1차관 후보에 오른 김 교수를 비롯해 이헌욱 전 GH 사장,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등이 거론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왼쪽)과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 사진=시사저널e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왼쪽)과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 사진=시사저널e

이 전 사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GH 사장을 맡아 ‘기본주택’ 등 공공임대 확대 정책을 주도했다. 대선 과정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금융주거본부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친명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LH 사장 공모에서 밀리더라도 HUG 등 다른 공공기관 수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전 SH 사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SH 사장으로 임명됐다. 재임 기간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도입 등 실험적 정책을 추진했으나 실효성 논란과 정부 정책 방향과의 엇박자로 비판도 받았다. 다만 공공주택의 투명성 강화와 분양가 공개 등 일부 개혁적 시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이번 인사를 통해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고 주택공급 대책의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차관 인선이 마무리되면 LH와 HUG를 비롯한 주요 산하기관 인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단순한 인사 조정이 아니라 국토부와 LH·HUG 등 주택정책 라인의 재편 과정”이라며 “누가 오느냐에 따라 공급 속도, 공공기관 개혁 방향, 정책 일관성까지 달라질 수 있어 사실상 주택정책의 향배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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