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고치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경매로 아파트 매입 시 실거주 의무 없어
"향후 집값 하락 시 영향 줄 수 있어···무리한 고가 낙찰 주의"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약 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경매로 아파트를 매입하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2일 경매·공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의 평균 낙찰가율은 102.3%였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대에 들어선 것은 2022년 6월(110.0%) 이후 처음이다.
낙찰가율이 높다는 것은 경매를 진행할 때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묶은 10·15 대책 여파로 경매 수요가 거세진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경매는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수요가 몰리면 입찰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써내며 낙찰가율도 오르게 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인 지역에서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물건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매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영향을 받지 않아 실거주 의무가 없다 보니 낙찰받은 뒤 곧장 임대를 놓거나 매매할 수 있다.
'3중 규제(토지거래허가구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로 묶인 경기지역 12곳(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12곳의 10월 평균 낙찰가율은 97.9%로 9월(94.4%)보다 높아졌다. 경기도 전체 아파트의 10월 평균 낙찰가율이 87.3%인 것을 감안하면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는 지난달 아파트 낙찰가율이 105.6%로 경기 12개 지역 중 가장 높았다. 하남시는 102.9%, 안양시 동안구는 102.3%를 기록하는 등 3개 지역의 평균 낙찰가율이 100%를 넘겼다.
지난달 서울 낙찰가율 상위 10위 아파트 중 6곳이 토허구역 확대 적용 후 낙찰됐다. 광진·성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의 3개 단지는 낙찰가율이 130%를 넘어서며 상위 1∼3위를 휩쓸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청구아파트' 전용면적 60㎡는 지난달 27일 감정가 10억1000만원에 첫 경매를 진행한 결과 총 27명이 경쟁을 벌인 끝에 감정가의 139.73%인 14억1123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날 입찰한 광진구 자양동 '현대6차' 전용 60㎡도 1회차 경매에서 19명이 응찰해 감정가(9억6000만원)의 130.8%인 12억5897만7777원에 주인을 찾았다. 성동구 금호동3가 '금호동한신휴플러스' 전용 60㎡는 2회차 경매에 39명이 몰려 감정가(9억2700만원)의 130.85%인 12억1300만원에 낙찰됐다.
경기도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난달 20일 성남시 분당구 '봇들마을' 전용 84.7㎡가 첫 경매에 9명이 몰려 감정가(15억8000만원)의 117.2%인 18억5999만9999원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경매 아파트는 거래 허가와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인기 주거지 저평가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6·27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으로 수도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고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담보인정비율(LTV)도 40%로 강화됨에 따라 앞으로 아파트값이 조정을 보이면 경매 시장의 과열 징후도 진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토허구역 확대로 거래량은 줄었지만 아직 호가는 강세를 유지하면서 고가 낙찰이 속출하고 있다"며 "앞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무리한 고가 낙찰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