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3분기 영업이익 49% 줄어든 1조4622억원…관세비용 1.2조원
높은 북미 비중 덕에 현대차 대비 관세 타격 커···북미 매출 비중 45% 달해
텔루라이드 신차 효과 및 ASP 상승세로 분위기 반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아가 3분기 미국 관세 충격으로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휘청였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보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기아는 북미 시장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와 스포티지, 쏘렌토 등 인기 차종으로 승승장구했으나, 관세 여파로 현대차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됐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하면서, 4분기부터는 분위기 반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연말에는 기아 북미 최대 인기 모델인 텔루라이드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올해 말을 기점으로 내년까지 고속 질주가 예상된다.
31일 기아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9.2% 줄어든 1조46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9.2% 감소한 2조5373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아 이익 감소폭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분은 1조2340억원으로 현대차(1조8210억원) 대비 적었으나 매출액 대비로 보면 실질 부담은 더 컸던 셈이다. 3분기 기아 매출은 28조6861억원, 현대차 매출은 46조7214억원이다.
이는 기아의 북미 비중이 현대차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기아의 북미 판매 비중은 35.6%로 현대차(24.7%)보다 약 9%p 높다. 특히 기아의 북미 매출 비중은 올해 45.3%에 달할 정도로 다른 지역 대비 압도적으로 컸다.
기아는 그동안 북미 시장에서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쏘렌토 등 준중형급 이상 SUV들이 인기를 끌며 판매량은 물론 매출 부문에서도 실속을 챙겼다.
기아 영업이익 감소는 관세 비용 뿐 아니라 기타비용이 4000억원 가까이 증가하며 전망치보다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기타비용에는 판매보증비, R&D,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다.
기아 관계자는 “판매보증비가 늘어난 것은 기말 환율이 급등한 것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관련 캠페인 비용 등이 영향을 미쳤다”라며 “추후 대형 PBV(목적기반형차량) ‘LW’가 출시되는데 관련해 신차 개발 비용 등이 늘어나며 투자 비용이 증가한 점 등도 비용 확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텔루라이드 신차 출시에 ASP 강세 ‘긍정적’
3분기 기아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지만, 향후 신차 출시와 판매단가(ASP)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12월 북미 시장에서 텔루라이드 풀체인지(완전변경모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열리는 LA오토쇼에서도 기아는 신형 텔루라이드를 첫 공개할 예정이다.
텔루라이드는 북미 시장에서 지난 2020년 약 8만대에서 작년에는 12만대를 판매하며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차급 중 가장 수익이 높은 ‘대형’과 ‘SUV’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판매량 뿐 아니라 수익성 부문에서 기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이번에 나오는 신형 모델의 경우 하이브리드(HEV) 엔진까지 추가될 예정이라 이전보다 수익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텔루라이드는 신형 출시를 앞두고도 올해 9월까지 약 9만대를 판매하는 등 기세가 꺾이고 있지 않아, 신형이 나오면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 3분기 ASP는 3640만원으로 작년대비 5.8% 올라 매출과 수익성 부문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아 ASP는 지난 2020년 3분기에는 약 2187만원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반적으로 차량 가격이 올랐고, 대형·SUV·HEV 등 고가 차량 판매 비중이 늘어나며 ASP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기아는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액과 판매량 모두 역대급 신기록을 달성했다.
3분기 기아 판매량은 78만5137대로 전년대비 2.8% 늘었고, 매출액은 28조6816억원으로 8.2% 증가했다.
특히 미국과 서유럽 시장에서 각각 HEV와 전기차 수요 강세를 기반으로 친환경차 판매량이 전년대비 32.3% 증가한 20만4000여대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전년대비 5.4%p 상승한 26.4%다.
유형별로는 HEV는 11만 8000대(전년대비 40.9%↑),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1만7000대(2.6%↓), 전기차 7만대(30.0%↑) 등으로 집계됐다.
다만 기아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아는 컨콜을 통해 “4분기 미국 자동차 관세 영향은 3분기와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11월부터 관세인하율을 소급 적용하더라도 보유 재고분이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관세 인하 영향은 12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