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뒤에 가려진 안전의 빈틈, 10년 만에 뒤늦은 개선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테슬라는 여전히 전기차 혁신의 아이콘이다. 단 5가지 모델만으로, 디자인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내부적인 혁신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특히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높은 선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주로 고급 모델 위주로 구성돼 있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구입 의사는 있어도 가격 장벽이 만만치 않아 ‘그림의 떡’이 되곤 했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일부 옵션을 제외한 저가형 모델Y가 출시되면서, 2천만 원 이상 낮은 가격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3만 대 이상, 올해도 2만 대 이상이 팔리며 전기차 전문 제조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실시간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이 오래될수록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개선이 이뤄지면서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라 불릴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딜러 없이 온라인 판매만 진행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고객 대응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기여 없이 수익을 해외로 이전하는 관행 등으로 부정적인 시각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내연기관차 제조사와 달리 짧은 역사 탓에 ‘이동수단으로서의 안전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사고 발생 시 전기적·기계적 장치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이중 안전장치를 기본 탑재한다. 비상시 전원이 차단돼도 기계식으로 문을 열 수 있어 탈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전기차 전문 신생 제조사들은 이런 안전 개념이 미흡해 도어 개폐 등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련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 테슬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OTA 기능 또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행 중 업데이트에 따른 안전 문제 가능성을 우려해 ‘하지 않았던 것’임을 짚어야 한다. 테슬라는 이를 과감히 시도하며 혁신 이미지를 얻었지만, 동시에 불완전한 시스템 운용으로 위험성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이 매립식 히든 도어 구조다. 최근 디자인 트렌드와 공기역학적 이유로 외부 도어 손잡이를 매립식으로 설계하는 차가 늘고 있지만, 겨울철에는 손잡이가 얼어 열리지 않거나,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소방대원이 문을 열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전통적인 돌출식 손잡이로 되돌리는 제조사들도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실내 도어 손잡이 역시 매립식이라는 점이다. 테슬라 전 모델이 이 구조를 적용하고 있어 전원이 차단되면 문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 모델은 도어 트림을 뜯고 별도의 스위치를 작동시켜야 하거나, 아예 비상 개폐 기능이 없는 경우도 있다. 화재나 침수 상황에서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손잡이를 당기게 마련인데, 이때 매립식 구조는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비상 탈출 장치의 확보는 「자동차관리법」상 핵심적인 안전 의무다. 필자는 약 10년 전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처음 지적했고, 이후 수차례 방송과 칼럼을 통해 개선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한·미 FTA 체결 이후 테슬라가 국내 법규 위반 상태임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개선 요구가 묵살되는 등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OBD2 정보 의무화 위반 등 다른 법규 위반 사례도 많았다.

국내에서도 매립식 실내 손잡이 탓에 화재 발생 후 운전자가 탈출하지 못해 숨진 사고가 있었고, 미국·중국 등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다수 보고됐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자 각국 공공기관이 직접 조사에 나섰고, 리콜과 벌금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자 그제서야 테슬라가 도어 구조 개선 의사를 밝혔다.

개선 방안은 실내 손잡이를 매립식에서 돌출식으로 바꾸고, 전자식 제어에 기계식 조작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는 필자가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이다. 각국의 조사와 압박이 본격화되자 서둘러 개선에 나선 모습은 늦었지만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테슬라가 자발적인 개선뿐 아니라, 그간의 안전 문제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배터리 전원 차단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글로벌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각종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중국산 테슬라 차량이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테슬라 차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실질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다른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도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실내·외 도어 손잡이 등 안전장치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전동화·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진화하더라도, 안전만큼은 전통적인 기계식 시스템을 보완적으로 도입해 2~3중 안전장치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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