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패소 후 10일 만에 항소 취하···법적 분쟁 종결
조양래·조희경 부녀 화해 가능성 주목
조현범 회장, 형사 리스크 정리·한온시스템 정상화 과제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한국타이어나눔재단(나눔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명칭사용금지 소송을 취하하면서 양측의 법적 분쟁이 일단락됐다.
이번 소송은 조양래 명예회장과 장녀 조희경 나눔재단 이사장 간의 사적 갈등에서 비롯된 성격이 있다.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안정기에 들어선 만큼 부녀 간 관계 회복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27일 한국타이어 측은 이달 초 나눔재단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 1심 패소 판결에 항소한 지 약 열흘 만에 취하서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나눔재단은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 1990년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저소득층을 비롯한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생활지원, 사회문화 사업의 시행 및 지원, 복지 관련 학술 연구 및 장학사업 등을 이어왔다. 한국타이어는 기반금 30억원을 포함해 4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조현범 회장의 큰누나인 조희경씨가 2018년 이사장으로 선임돼 재단을 이끌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조희경 이사장이 조양래 명예회장을 당사자로 제기한 가사소송(한정후견심판 청구)이 진행 중이던 2024년 4월 ‘나눔재단은 한국타이어 표지 사용을 중단하라’며 이 소송을 냈다. 후원 관계가 종료됐음에도 나눔재단이 계속해 한국타이어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출처 혼동의 가능성이 높고, 저명한 상표의 식별력도 희석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업계는 30년 이상 이어진 나눔재단 후원의 단절 및 송사의 배경을 2020년부터 가시화된 조양래·조현범 부자와 세 남매(장남 조현식 고문, 장녀 조희경 이사장, 차녀 조희원씨) 간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풀이해 왔다.
1심은 나눔재단 측 손을 들어줬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한국타이어 명성 손상 행위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한국타이어 명칭 소송 패소···"부녀 갈등과 표지 명성은 별개")
앞으로 관심사는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의 화해 여부다. 갈등의 씨앗이 됐던 경영권 분쟁은 조양래 명예회장과 조현범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과반 가까이 확보하면서 사실상 종결됐고, 경영권이 안정된 만큼 지분 경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낮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고령인 만큼 생전 화해를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조 명예회장의 친형인 효성그룹 조석래 명예회장은 생전 단절 관계였던 둘째 아들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유류분 이상의 유산을 남기며 가족 간 화해를 당부하는 유지를 남긴 바 있다.
한국타이어 측 역시 불필요한 논란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범 회장에게는 개인적 리더십 회복이 절실한 과제인 만큼, 형사 리스크를 조속히 정리하고 경영 정상화와 미래 사업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그룹에도 현실적 이득이라는 평가다. 한온시스템의 조기 경영 정상화와 수익성 개선 역시 조 회장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