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 서비스 자회사 설립하고 4600억원 출자
공식 출범하면 그룹 대규모 실버 타운 직접 운영
금융지주 사업 규모 압도···수천만 은행 고객은 위협 요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최근 자회사 설립과 출자를 통해 요양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생명은 이 사업을 시작하는 동시에 ‘1위’ 업체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그룹이 이미 설립한 대규모 요양 시설을 자회사 공식 출범과 함께 직접 운영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천만명에 달하는 은행 고객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에 31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난 8월 삼성생명은 노인 요양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이 회사를 설립했다. 더불어 4225억원에 해당하는 삼성노블카운티의 토지와 건물을 현물 출자하는 것도 진행 중이다. 삼성노블라이프에 총 4535억원을 쏟아붓는 것이다.
삼성 그룹은 이미 지난 2001년 경기 용인에 대규모 실버 타운(노인생활 시설) 삼성노블카운티를 세웠다. 현재 이 시설의 토지와 건물은 모두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생명에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운영한다. 국내 대표 고급 실버타운이자 중산층 이상 시니어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곳 중 하나란 평가를 받는다. 부지면적만 총 23만1405㎡로 웬만한 대학 캠퍼스보다 크다. 삼성생명은 자회사 설립과 함께 이 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요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앞서 2023년에 기획실에 요양 사업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한 바 있다. 요양 서비스 자회사 설립을 마무리한 후 신규 요양시설 설립과 시니어 관련 보험상품, 건강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 계획을 내놓는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노블라이프 공식 출범을 위해 현재 여러 행정적인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11월 정도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그 이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가 공식 출범하면 삼성생명은 단숨에 요양 사업 ‘1위’ 보험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타 보험사 가운데 요양 사업에 진출한 곳은 KB, 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이다. 하지만 투자금 규모만 봐도 이들과의 격차는 크다. KB는 요양 사업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에 총 1400억원을 투자했고, 신한도 신한라이프케어에 700억원을 넣었다. 더구나 삼성생명은 대규모 요양 시설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기에 시장 선점 효과도 크다.
삼성생명이 요양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 시장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사회의 빠른 고령화로 실버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으로 133.3%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급감하는 종신보험 실적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특히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에 가입한 노령 계약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 사업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 더구나 삼성 그룹은 종합병원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고 삼성생명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으며 노년에 삼성생명의 요양 시설을 운영하도록 하는 사업 구조가 가능하다. 고객의 전 생애기간 동안 받게 되는 의료, 돌봄 서비스를 삼성이 모두 담당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금융지주가 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점은 시장 점유율 확보에 있어 위협이 될 수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 가입자 대상으로만 영업이 가능하지만, 금융지주는 보험 계열사 외에도 은행 고객도 있다. KB의 은행 고객수는 3400만명이 넘는다. 더구나 KB는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WM) 사업의 경쟁력도 높단 평가를 받는다. 고급 요양 서비스 고객을 확보하는 데 있어 유리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가 요양 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아직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다”라면서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이 사업을 시작한 만큼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