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배임, 유상감자·자사주 매입 손해·고의 불인정···아트펀드 배임도 2심서 무죄
허위급여 횡령만 1,2심 유죄···5년 심리 배경 및 결과에 재계 이목 쏠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21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이 추석 이후 내려진다. 2020년 12월 상고 제기 이후 5년 가까이 심리가 이어진 사건으로 재계 이목이 쏠린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오는 10월16일 조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조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2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혐의별로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면서 피고인과 검찰이 모두 상고해 대법원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조 회장의 범죄 혐의는 세 갈래다. 첫째 2013년 7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의 상장이 무산돼 외국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투자지분 환급 부담을 회사에 떠넘겼다는 179억원대 배임 혐의다. 검찰은 조 회장이 환급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자신의 주식가치를 11배 부풀려 환급받는 방식(유상감자 및 고가 자사주 매입)을 동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둘째는 2008년 9월~2009년 4월 특수관계인 거래 금지 약정을 위배해 개인 소유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에 편입시는 방법으로 약 12억원을 챙기고 아트펀드에 손해를 가했다는 배임 혐의, 셋째는 2007년~2012년까지 지인과 측근을 계열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 20억원가량을 빼돌린 횡령 혐의다.
하급심은 범죄 액수가 가장 큰 GE 배임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임무위배 행위와 함께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고, 이를 인식한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이 모두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진행됐고,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과도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주장한 주식 시가 649원은 근거가 부족해 손해 규모를 특정할 수 없었고, 피고인들이 손해 발생을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배임 성립을 부정했다.
아트펀드 배임 혐의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으나, 항소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체결한 아트펀드 약정 가운데 ‘특수관계인 거래 금지’ 조항을 위반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그로 인해 회사에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임무위배 행위가 없었다면 더 낮은 수준의 가격으로 미술품들을 매입했을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만을 갖고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게 2심의 논리였다.
지인과 측근의 허위 급여 관련 횡령 혐의는 1,2심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조 회장은 허위 급여 지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불법 영득의사는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에게 수년간 급여를 지급한 행위 자체가 불법 영득의사를 전제로 한 것으로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에서는 GE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 절차가 ‘대주주 사익을 위한 자금 유출’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분석된다. 또 아트펀드 배임 부분 역시 특수관계인 거래 약정 위반만으로 배임이 성립할 수 있는지, 미술품 가격 산정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재산상 손해를 특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