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CAR-T 치료제 혈액암 국한 한계
전체 항암 시장서 90% '고형암'···공략 필수적
국내 바이오텍 비롯 대부분 전임상서 개발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차세대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분야로 고형암을 타깃해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혈액암을 중심으로 개발되던 CAR-T 치료제는 이제 고형암과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들이 초기 임상 단계에서 R&D가 이뤄지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미개척 분야인 고형암 CAR-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혈액암에 특화된 CAR-T는 상업적 한계가 분명한 만큼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90% 이상이 고형암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CAR-T 개발 기업으로 대표적인 큐로셀, 앱클론, 유틸렉스 등은 혈액암 CAR-T 치료제 임상시험과 고형암에서 후보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임상 고도화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혈액암 CAR-T, 경쟁 약물 다수···고형암 미개척 분야

CAR-T 세포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T 세포를 추출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CAR를 도입하고,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변형된 CAR-T 세포는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할 수 있다. 기존의 치료법이 잘 듣지 않는 암에도 효과가 좋은 새로운 면역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CAR-T 세포를 이용한 항암 면역치료는 혈액암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며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전체 암종의 10%에 해당하는 혈액암에만 효과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나머지 90%를 차지하는 고형암에 대한 CAR-T 세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고형암 특유의 면역억제 환경으로 인해 주목할만한 성과는 아직 없었다. 

FDA(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대표적으로 노바티스의 ‘킴리아’, 존슨앤드존슨의 ‘카빅티’,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베크마’, ‘브레얀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테카르투스’ 등 6종이 있다. 모두 재발성·불응성 혈액암에 사용된다. 

혈액암에서 승인 받은 CAR-T 치료제가 늘어나면서 경쟁 약물도 늘어나자, 빅파마를 비롯한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고형암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 고형암 CAR-T는 아직 승인 약물이 없는 미개척 분야다. 연구 성과를 확보할 경우 선두주자로 등극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고형암 타깃 CAR-T 치료제 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바이오 기업 고형암 타깃 CAR-T 치료제 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 유틱렉스, 임상 1상 진행···나머지 기업 전임상~기초연구 

국내에서 고형암 CAR-T 치료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기업은 유틸렉스다. 간세포암을 타깃한 CAR-T 치료제 ‘EU307’의 국내 임상 1상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총 12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현재 목표한 환자 중 약 절반의 환자군에서 투약이 완료됐다.

유틸렉스는 일본 고베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APPLE)에서 EU307 임상 1상 중간 결과 ORR(객관적반응률)이 37.5%, 평균 종양 축소율은 약 30%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완전관해(CR)와 부분관해(PR), 안정병변(SD)을 모두 더한 값인 질병통제율(DCR)은 87.5%을 기록했다. 올해 말 임상 1상 종료를 계획하고 있다. 

큐로셀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고형암 CAR-T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큐로셀은 재발성 및 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LBCL) 환자를 위한 CAR-T 치료제 ‘림카토(RIMQARTO)’의 국내 최초 상업화를 앞두는 등 혈액암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고형암 분야에서는 전립선암과 폐암을 대상으로 CAR-T 후보물질에 대한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대학교와 함께 고형암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정부과제에 선정됐다. 

앱클론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특허국을 늘리며 고형암 CAR-T 시장을 조준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고형암 CAR-T 파이프라인으로 ‘AT501’을 개발 중이다. 위암과 유방암, 난소암 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다. 마우스 실험 등에서 투여한 스위치 물질의 농도에 따른 항암효과를 확인했다. 최근에는 ‘HER2 어피바디 기반 스위처블 CAR-T 기술’에 대해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

앱클론 관계자는 “고형암을 표적하는 스위처블 CAR-T 플랫폼으로 ‘zCAR-T’을 개발 중”이라며 “현재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는 혈액암 CAR-T ‘네스페셀(AT101)’ 외에 신성장동력으로 고형암 타깃의 AT501 물질 고도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HLB이노베이션은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를 통해 고형암 CAR-T를 개발하고 있다. 고형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SynKIR-110’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학회에서 SynKIR-110의 안전성 및 초기 효능에 대한 임상 1상 중간데이터 공개할 계획이다.

◇ 빅파마 마저도 초기 연구···시장 진입시 선점 가능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CAR-T 치료제는 혈액암(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등)에서는 놀라운 완전관해율을 보이며 FDA 승인까지 이어졌지만, 고형암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고형암 특유의 종양 미세환경(TME) 억제성, T세포 침투 문제, 면역 억제세포 대응 등이 기술 과제로 남아 있다.

빅파마를 포함해 다수의 바이오텍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고형암 CAR-T를 개발해 미개척 분야의 선두주자로 등극하겠다는 의지를 키우고 있다. 특히 BMS, 길리어드(카이트), 노바티스 등은 혈액암 성공 경험을 발판 삼아 고형암 CAR-T 임상을 병행하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용화된 CAR-T 치료제는 모두 혈액종양 치료에 국한돼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고형암 CAR-T에 많은 개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고형암의 경우 종양 미세환경, 면역회피 기전 등의 장벽으로 인해 CAR-T 세포가 침투하거나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제로 현재까지 FDA 승인받은 CAR-T 치료제는 모두 혈액암에만 적용되고 있다”며 “CAR-T의 고형암 도전은 실패 위험이 높지만, 성공 시 혁신적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