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증시 강세에도 KRX 자동차·건설 지수 나란히 하락
건설은 기준금리 인하, 차는 현지화와 점유율 확대 등 긍정적 요소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자동차와 건설업종 투자자들이 강세장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업종이 9월 증시 강세에 따라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것과 달리 자동차와 건설업 지수는 되레 하락한 까닭이다. 다만 악재가 선반영 됐고 긍정적인 재료들도 있는 만큼 일각에선 반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 지수 34개 중에서 9월 들어 전날까지 가장 저조한 성과를 낸 지수는 ‘KRX 건설’이었다. 이 지수는 이달 3.15% 내렸는데, 코스피가 이 기간 8.87%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하락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자동차 업종도 이번 상승장에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KRX 자동차’ 지수는 같은 기간 2.61% 하락했다. KRX 자동차 지수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기준으로도 11.99% 상승에 그쳐 올해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업종이 강세장에서 소외된 배경에는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점이 자리한다. 건설업의 경우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과 지방 미분양 문제 등이 뿌리 뽑히지 않았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까지 겹치면서 업황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자동차 업종은 미국의 관세 이슈가 투심을 억누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한국산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에 각각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당초 7월 한·미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낮출 것을 협의했지만 후속 협상이 난항인 상태다. 일본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내리는 데 성공한 것과 대조적으로 가격 경쟁력에 우려가 남아있는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이들 업종 역시 다시금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종은 기준금리 인하 이슈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리 인하는 부실 부동산PF, 지방 미분양 해결 속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분류되는데 경기 부양,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등에 따라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이 점쳐진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8일 보고서를 통해 “금리 인하, 부실 PF·미분양 해소에 따른 건설 내수 경기 회복이라는 방향성은 유효하며 최근 저평가 매력 부각 중”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수주·분양 공백의 최소화, 중장기적으로는 신사업 동력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건설업종에 대해 투자의견 ‘긍정적’(Positive)을 유지했다.
자동차 업종 역시 관세 너머의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관세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수 있지만 국내 자동차를 대표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 확대 기대가 아직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현지 생산 확대와 같은 공급망 재편도 향후 수익성 개선 기대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현대자동차증권은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미국 관세로 인해 수익성은 다소 악화되나 HEV(하이브리드자동차) 중심 선호 지속과 닛산 등으로부터의 점유율 흡수가 추세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 22일 보고서를 통해 “주목할 점은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인 HMGMA의 압도적인 ‘유연성’”이라며 “급격한 정책 변화와 시장 수요에 대응해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HEV(하이브리드) 혼류 생산을 신속하게 결정한 것은 현대차의 전략적 기민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실제 이들 업종이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시장에서 소외된 업종 중에서도 일종의 ‘엣지’가 있는 종목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건설에서 ‘원전’, 자동차에서 ‘로봇’ 등이 해당될 수 있는데 이 같은 부분에 모멘텀이 발생하면 업종 내에서도 시장을 상회하는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