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개정 필요해 오는 11월 국회 조세 소위에서 결론 유력
기재부 ‘찔끔’ 인하안에 반발 확산···세수 감소 여부 놓고 공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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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추진을 위한 다음 과제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 조명받고 있다.

앞서 기재부가 발표했던 내년 세제개편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제한적으로, 낮지 않은 세율로 적용하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기재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확대되면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으로 인한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이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결정권은 ‘국회’

16일 국회 및 정치권에 따르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및 방식은 오는 11월 조세 소위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논란이 됐던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세 요건은 시행령으로 정부가 결정한다. 하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법률개정이 필요해 국회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배당소득은 연간 2000만원 이하시 15.4%를 원천징수하고 연간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더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분은 다른 종합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기타소득 등)과 합산해 구간에 따라 누진세율(6.6~49.5%)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과세체계는 상장사 지배주주에게는 배당금의 최대 절반에 가까운 세금을 내게 만들고 국내 증시에서 지배주주가 배당에 소극적으로 만드는 핵심 이유로 꼽혔다. 현재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31.4%로 글로벌 평균(50.4%)에 크게 못 미친다.

현재 국회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관련 다수의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지난 4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안건은 배당 성향이 35%를 넘는 상장사로부터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0만원 이하 배당소득은 지방세 포함 현행대로15.4%, 2000만~3억원 이하는 22%, 3억원 초과는 27.5%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안도걸 의원은 2000만원 이하에는 9%, 2000만원~3억원은 20%, 3억원 초과는 30% 세율을 적용하는 안건을 발의했고 김현정 의원은 3억원 초과 세율을 25%까지 인하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배당소득 원천징수 세율을 14%에서 9%로 내리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소액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을 하는 기업에만 최고세율을 27%로 낮춰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모두 기재부가 발의한 안건 대비 배당소득세율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기재부가 발의안 내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이 최고 35%(지방세 포함 38.5%)에 달한다. 그것도 전년에 비해 현금배당이 줄어들지 않은 상장사(공모·사모펀드, 부동산리츠 등 제외) 가운데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기업’이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배당이 늘어난 기업’에 한해 분리과세를 허용하며, 적용기간은 2026~2028년 사업연도로 제한됐다.

기재부가 발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안을 놓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그치지 않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정부안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38.5%는 현행 대주주 양도소득세율(27.5%, 지방세 포함)보다 크게 높다”며 “이러한 구조하에서 지배주주는 배당보다 현금을 최대한 회사에 유보한 후 추후 지분 매각을 통해 양도소득 형태로 회수하는 것이 세무적으로 훨씬 이익이므로, 배당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실질적인 배당 확대를 위해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을 25% 수준까지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시뮬레이션 결과 재정당국은 지금 안이 세수 손실 없이 배당을 늘리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진실이 아니다”며 “필요하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 자료=얼라인파트너스
/ 자료=얼라인파트너스

◇ 기재부 “세수 2000억 감소” 주장에 진위 공방

기재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소극적인 배경으로는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가 꼽힌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소득을 얻은 투자자는 1750만명으로, 이 가운데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는 투자자는 14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받은 배당금은 약 19조2000억원이고 원천징수세액만 2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안이 통과되면 연간 2000억원가량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재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안을 놓고 배당성향 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기업 오너들이 경영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전체 세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까지 내리고 기업들이 현재 배당을 유지할 경우 약 1400억원에 달하는 배당세 세수가 감소한다. 하지만 평균 배당성향이 기존 22.1%에서 0.6%포인트만 상승해도 세수 감소분(1400억 원)을 상쇄할 수 있고 35%까지 높아지면 오히려 세수가 2조9400억원 늘어난다.

코스피200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글로벌 주요국 평균 배당성향인 50.4%까지 높아지는 경우 지난해 기준 총 세수는 약 12조300억원으로 기존 대비 약 6조3800억원 증가할 수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증시가 상승할 경우 증시 거래대금의 증가로 정부의 증권거래세 수입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지난해 수준의 매매회전율을 가정해도 코스피가 5000, 코스닥이 1500에 도달하면 증권거래세 세수도 총 8조2700억원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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