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달 말 압구정2구역 시공사 선정 앞두고 ‘토마스 헤더윅 참여’ 홍보
헤더윅 측 “사실 아냐” 회신에 현대건설 세계적 건축가 이름 도용 논란 불거져
현대건설 “여의도 대교 맡은 그룹과 다를 뿐 압구정도 헤더윅 6곳 중 한 곳 참여 맞다” 해명

토마스 헤더윅 / 사진=헤더윅 스튜디오 홈페이지
토마스 헤더윅 / 사진=헤더윅 스튜디오 홈페이지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현대건설이 총 공사비 2조7000억원 규모의 서울 압구정2구역 설계 디자이너 참여 진위 여부를 두고 진땀을 뺐다. 세계적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에 참여한다고 홍보했으나 정작 토마스 헤더윅이 차린 헤더윅 스튜디오 측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해서다.

이에 현대건설은 시공권 확보를 위해 세계적 명장 디자이너의 이름을 도용한 기업으로 곤혹을 치렀다. 현대건설은 헤더윅 스튜디오 측이 6개의 파트너 그룹 가운데 한 곳과 협업을 하는 게 사실이며 회신한 파트너 그룹이 모르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해명했다.

◇현대건설 “압구정2구역, 헤더윅과 협업”···헤더윅 스튜디오 “관련없다” 선긋기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달 말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강남구 압구정 특별계획2구역 홍보 과정에서 언론 등을 상대로 세계적 건축 거장 영국 토마스 헤더윅이 참여해 압구정을 100년 도시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 출신인 토마스 헤더윅은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영국 왕실 산업 디자이너로 지정됐다.

그간 그가 속한 헤더윅 스튜디오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성화대를 비롯해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구글 런던 본사, 싱가포르 창이공항 제5터널, 중국 하이난 공연예술센터 등의 유명 건축물을 디자인하며 세계 최고 설계사로 이름을 알렸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천재 디자이너가 국내 최고가 주거지역 설계를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헤더윅이 먼저 참여를 확정지은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조합에서 이 같은 소식이 사실인지 진위여부 파악 과정에서 헤더윅 스튜디오는 다음과 같이 부인하는 회신을 해왔다.

“Our studio has not made any design work on this project to date. The images are not of our work and are not of our standards at all! It is our understanding that the creative work presented is the result of efforts by other parties involved. We don’t know how or when the work was done but I can definitely confirm it’s nothing to do with us!” (우리 스튜디오는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어떠한 디자인 작업도 하지 않았다. 공개된 이미지는 우리 작업물이 아니며 우리의 기준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이 창작물은 다른 관계자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언제, 어떻게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그것이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헤더윅 스튜디오는 공식 SNS에서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참여하는 주거 프로젝트라며 여의도 대교 아파트 관련 피드를 올린 반면 압구정2구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수주를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과장, 왜곡해 조합원을 현혹하려 했다며 시공사로서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참여했다며 공개한 압구정2구역 조감도 / 사진=현대건설
헤더윅 스튜디오가 참여했다며 공개한 압구정2구역 조감도 /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6곳의 헤더윅사 중 한 곳과 협업 맞다···현장에도 다녀가”

그러나 현대건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협업을 부정한 곳이 압구정2구역을 담당하지 않을 뿐 헤더윅 스튜디오가 디자인 설계에 참여하는 건 사실이라는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입찰 준비 시점부터 헤더윅사와 협업을 진행 중이며 실제 담당 그룹 리더와 수석 디자이너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는 게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회사 운영 방침과 소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총 6개 파트너 그룹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그런데 헤더윅의 참여를 확인차 질의한 여의도 대교아파트와 압구정2구역은 각기 다른 파트너 그룹이 전담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여의도 대교 조합이 인용한 헤더윅사 측 답변은 대교아파트 조합을 담당하는 파트너 그룹 차원에서 회신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사는 헤더윅사와 협업해오고 있으며 대안설계를 사업시행인가와 실시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압구정2구역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에서 처음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사업장이다. 공사비만 2조7000억원대라는 올해 최대 초대형 사업이다. 당초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2파전이 예고됐으나 삼성물산이 입찰에 불참하며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했다. 이달 말 최종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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