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HD현대 등 총수들 대규모 동행
기업별 현안과 원전·방산·통상 협력 의제 동시 처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 국내 대표 기업 총수 등 최소 16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국가 세일즈에 나선다. 이들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조선부터 반도체와 원전 등까지 전방위적 한미 경제 협력을 통해 양국 동맹 강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이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한다.
여기에 김동관 한화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 최윤 고려아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합류했다. 주요 그룹의 수장이 한 자리에 모여 대통령과 함께 움직이는 장면은 단순한 의전 차원을 넘어 경제외교의 전면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동행을 “국가 전략 산업 협력과 기업별 현안 해결이 동시에 이뤄질 기회”라고 규정했다.
이번 경제사절단의 특징은 참여 범위가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방산, 원전은 물론 AI, 바이오, 콘텐츠, 에너지, 전략 광물 등 산업 전반을 망라했다는 점이다. 과거 정상외교에서도 재계 총수들의 동행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산업 전 분야의 핵심 인물들이 빠짐없이 집결한 경우는 드물다는 평가다.
◇기업별 현안, 정상외교와 맞물린 이해관계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꾸려진 배경에는 개별 기업들이 안고 있는 구체적인 과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반도체 공장 증설과 세제 인센티브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SK그룹은 인디애나주 HBM 후공정 공장 건설과 더불어 배터리·바이오·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를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210억달러 대미 투자 계획과 IRA 전기차 보조금 차별 해소 문제를 동시에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과 애리조나 단독 공장, 혼다·GM·현대차와의 합작 공장 건설을 통해 현지 생산망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방산 기업의 이해관계도 뚜렷하다. HD현대는 LNG선 중심의 글로벌 협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화는 방산 수출과 우주 사업 협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원전 SMR 상용화를, GS는 미국산 LNG 프로젝트 투자를, 고려아연은 전략 광물 공급망 확보를, 셀트리온은 바이오 의약품 미국 시장 확대를 의제로 삼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협력을, CJ는 콘텐츠 교류 확대를 준비한다. 사실상 모든 산업군이 개별 현안을 안고 정상회담 현장에 집결한 셈이다.
◇원전·방산·통상, 국가의제와도 직결···“정책 지원, 안정성 확보 관건”
기업별 요구는 곧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와도 연결된다. 원전 협력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력원자력-웨스팅하우스 합작법인이 중심축에 서 있으며, 방산·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와 한화가 미국 조선소·방산업체와의 협력을 본격화한다. 특히 마스가 프로젝트는 양국 조선·방산 협력의 상징적 사례로 거론된다.
통상 분야에서는 반도체·배터리 업계의 숙제인 IRA 보조금과 세제 혜택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공급망 안정화, 전략 광물 확보 문제도 테이블에 오르면서 이번 회담은 사실상 양국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LNG, AI, 콘텐츠 산업까지 의제 범위가 확장돼 국가 전략 산업 전반이 포괄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 재계가 집단적으로 ‘팀코리아 세일즈’에 나서는 자리이자, 각 기업이 직면한 현안을 풀어낼 수 있는 실질적 기회로 평가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이 구체적인 정책 지원과 제도적 안정성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기업별 현안과 국가 전략 협력이 동시에 진전을 이룬다면 향후 한미 경제 관계의 흐름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